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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갈치를 ‘졸일까’, ‘조릴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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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토막 친 갈치를 도톰하게 썬 무를 넣고 매콤한 양념과 함께 끓여내면 맛있는 갈치조림이 완성된다. 물을 자작하게 부어 양념이 생선과 무에 골고루 밸 때까지 잘 조려야 한다.

우리말 바루기의 애독자라면 여기서 “갈치조림은 ‘조리는’ 게 아니라 ‘졸이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졸이다’와 ‘조리다’는 발음이 [조리다]로 똑같이 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틀리게 쓴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졸이다’와 ‘조리다’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독립된 단어이므로 맥락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졸이다’와 ‘조리다’는 형태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의미까지도 유사해 구별해 쓰기 쉽지 않다. ‘졸이다’는 ‘졸다’의 사동사다. ‘졸다’가 ‘찌개, 국, 한약 등의 물이 증발해 분량이 적어지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졸이다’는 ‘끓여서 물의 분량을 줄게 하다’는 의미가 된다.

‘조리다’는 ‘양념을 한 고기나 생선, 채소 등을 국물에 넣고 바짝 끓여서 양념이 배어들게 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고등어나 갈치 같은 생선을 양념을 한 국물에 넣어 끓인 음식은 ‘갈치졸임’ ‘고등어졸임’이라 하지 않고 ‘조리다’를 활용해 ‘갈치조림’ ‘고등어조림’이라고 하는 것이다.

둘 다 끓이는 행위를 나타내고 있어 구분이 쉽지 않지만, 어떤 목적으로 액체를 끓이느냐를 생각하면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 물의 양이 많아서 단순히 액체를 증발시킬 목적이라면 ‘졸이다’, 양념이 배어들게 할 목적이라면 ‘조리다’를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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