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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일가족 비극 부른 '소아 당뇨'…환자 90%가 성인이었다 [1형 당뇨환자의 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평생을 뛰어야 하는 마라톤. 경기도 군포에 사는 최지아(35·여)씨는 16년째 투병 중인 1형 당뇨를 이렇게 표현한다. 최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초반에 많이 달리면 금방 지친다”라며 “그렇다고 방심했다가는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혈당에 어느 날 합병증이라는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충남 태안 일가족 비극을 계기로 널리 알려진 1형 당뇨는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해 ‘소아 당뇨’로 불린다. 그러나 환자는 전 연령대에 걸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형 당뇨 환자는 총 4만4555명으로 60대(8688명)가 가장 많고, 50대(7428명), 70대(6519명), 40대(6129명) 등의 순이다. 최씨 같은 30대도 5500명, 20대는 5085명이다. 19세 이하는 3941명으로 8.8%가량 차지한다.

환자 상당수가 어려서 걸려서 성인이 됐거나, 성인이 된 후 어느 날 발병한다. 문준성 대한당뇨병학회 재무이사(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1형 당뇨 환자의 90%는 성인이고 노령층도 많다. 주로 갑자기 생겨서 오는 전격성 1형 당뇨 사례”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한 가운데 환자와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단법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한 가운데 환자와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건강 하나만큼은 자부하며 살던 최지아 씨는 대학교 1학년 때 1형 당뇨를 진단받았다. 유치원 교사를 꿈꿔 유아교육과를 선택했는데 진단과 동시에 모든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3년간 우울증에 시달렸다. 합병증이 두려워 누구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했는데 예전에만 해도 지금 같은 연속혈당측정기가 없었고 실시간 혈당 변동에 대처하기 어려웠다. 저혈당, 고혈당이 반복되며 자율 신경계 손상이 왔다. 이 게 원인으로 추정되는 ‘당뇨병성 위마비’라는 합병증이 생겼다.

최씨는 “한번 구토하면 담즙에 피가 나올 때까지 이어진다. 1형 당뇨처럼 치료법이 없어 불치병 하나를 더 안고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입원해 수액 공급 등 대증 치료를 해야 하는데 지난해만 해도 1년 중 8개월을 병원에서 지냈다. 최씨는 “한두 달 입원하면 병원비 몇백은 금방이고 지난해에도 병원비가 1000만원 넘게 들었다”라고 말했다.

인슐린 주사 놓는 모습. 사진 환자

인슐린 주사 놓는 모습. 사진 환자

최씨는 최근 태안 사건 이후로 정부가 인슐린 펌프(자동주입기) 등 당뇨 관리기기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소아에 국한돼 있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지금은 좋은 기기가 많이 나와 관리만 잘하면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라며 “성인은 주변에 독려해주는 보호자가 없으니 오히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좋은 기기가 있는 걸 알아도 잘 쓰지 않게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서·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성인에게도 지원을 확대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채창훈(42)씨는 20년 넘게 당뇨인으로 살고 있지만 합병증 없이 건강한 편이다. 컴퓨터 분야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가정을 꾸려 두 딸을 잘 키우고 있다. 채씨는 “10년 있으면 합병증이 온다고 해 이성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지만, 관리가 잘 되는 편”이라며 “1형 당뇨가 주홍글씨 같지만, 합병증이 안 오면 10, 20년 차 되어도 별문제 없이 잘 산다. 주변 환자들에게 평범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채씨는 “혈당이란 게 음식뿐 아니라 스트레스, 수면 패턴 등에 따라서도 오르내린다. 계속 공부하며 나에게 맞는 관리 방법을 찾아야 해 매일 정답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과 같다”라면서도 “좋은 의료 기기가 많이 나왔으니 도움을 받아야 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문준성 교수는 “인슐린 펌프는 소아에만 지원되는데 사회생활하며 인슐린 주사를 맞기 어려운 젊은 직장인에게도 필요하다”라며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합병증 예방에 실효가 있으려면 관리 기기 비용뿐 아니라 교육 지원이 함께 돼야 한다”라며 “노년층은 특히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이 더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소아 당뇨 또는 1형 당뇨의 이름에서 오는 오해와 편견을 줄이기 위해 ‘췌도 부전증’으로 병명으로 바꾸자는 것도 환자와 의료계의 요구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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