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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조산 위험 높은 산모에게 특화 수술로 새 생명 탄생 기쁨 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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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탐방 동탄제일병원 자궁경부무력증센터

동탄제일병원 자궁경부무력증센터 박용진 전문의가 특수 질 초음파검사로 여성의 자궁경부 길이와 강도를 측정해 설명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동탄제일병원 자궁경부무력증센터 박용진 전문의가 특수 질 초음파검사로 여성의 자궁경부 길이와 강도를 측정해 설명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우리나라 조산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조산은 임신 37주 전에 출생하는 현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는 2011년 47만1000명에서 2021년 26만1000명으로 45%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신생아 중 조산아 비율은 6%에서 9.2%로 약 1.5배 늘었다. 특히 다태아 중 조산아 출생률(2021년)은 66%를 넘는다.

조산아는 저체중과 면역 체계 미성숙으로 감염이나 염증 반응, 패혈증의 발생 빈도가 높고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도 잘 발생한다. 동탄제일병원 자궁경부무력증센터 박문일 센터장은 “조산이 무서운 건 생존하더라도 뇌성마비, 지적장애와 같은 뇌 관련 질환 후유증이 많다는 점이다”며 “이런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선 신생아 체중이 적어도 1500g은 넘어야 하는데, 태아가 이 체중에 이르려면 최소 28~32주까지 임신주수를 연장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궁경부무력증, 유산·조산 주원인

요즘 조산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자궁경부무력증이다. 임신 중기에 태아를 보호하는 양막이 자궁경부(입구) 내부로 돌출해 유산·조산으로 진행하는 질환이다. 첫 임신 조산율이 약 10%인데 그중 30% 정도가 자궁경부무력증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위험성을 고려해 동탄제일병원은 2021년 하반기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궁경부무력증센터를 열었다. 박문일·강영모·박용진 산부인과 전문의 3명과 박은경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명을 비롯해 간호사, 초음파 전문 기사, 행정 요원 등이 센터를 전담 운영 중이다. 박 센터장은 “해당 질환에 특화된 경험을 가진 전문 의료진들이 예방을 도모하고 응급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탄제일병원 자궁경부무력증센터는 정확한 진단과 그에 최적화한 치료법을 제시함으로써 환자 만족도를 끌어올린다. 기본적으론 초진 때 충분한 상담으로 과거 병력이나 조산 경력을 확인하고 자가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조산 위험도를 평가한다. 조산율 자가 체크리스트는 100여 편의 국내외 논문 결과를 근거로 동탄제일병원이 자체 개발한 지표다. 또한 여러 단계를 거쳐 감별 진단의 정확도를 높인다. 자궁경부확대경을 이용해 얻은 영상의 경우 일차적으로 인공지능(AI)이 진단하고 이차적으로 자궁경부 판독 전문 연구소에서 전문의가 재검토한다. 그런 다음 추가로 자궁경부의 내부 상태를 심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수 질 초음파검사를 동원해 경부 길이와 양막 돌출 정도, 경부의 강도를 평가한다.

조산 위험도가 높거나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진단되면 예방적·치료적 대처가 요구된다. 경부 길이가 정상이지만 조산 위험도가 높은 경우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임신 중 호르몬 질정을 사용하면서 자궁경부를 주기적으로 추적 관리한다. 그런데도 경부 길이가 계속 짧아지거나 강도가 약해지면 외과적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자궁경부 길이가 2.5㎝ 이하이거나 양막이 경부 내부로 돌출되기 시작했을 경우 또는 경부를 지나 양막이 질 내부로 탈출했을 땐 치료 목적의 수술이 권장된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더블 맥도날드 수술이다.

기존 맥도날드 수술은 비흡수 봉합사로 자궁경부 주위를 한 바퀴만 돌려 묶는 반면 더블 맥도날드 수술은 기존에 더해 자궁경부 바깥쪽을 한 번 더 단단히 묶는다. 박 센터장이 한양대병원 교수 재직 시절 국내 최초로 개발한 수술법이다. 그는 “두 봉합사 사이의 자궁경부 터널이 봉쇄돼 경부 내 점막에서 생성되는 점액질 성분이 보존되고 결국 질 쪽으로부터의 상행 감염을 막을 수 있다”며 “점액질 성분에 포함된 여러 가지 면역적 이점이 결국 임신 기간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동탄제일병원은 지난해 더블 맥도날드 수술 횟수 6000건을 넘겼다.

더블 맥도날드 수술로 성공률 높여

특히 응급 및 2차 수술에 강점을 지녔다. 전국 각 지역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판정받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산모들이 몰린다. 신모(43)씨는 몇 해 전 임신 17주에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져 한 병원에서 맥도날드 수술을 받았다. 근데 4일 만에 경부가 다시 짧아지는 재발을 겪었다. 기존 병원에선 재수술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신씨는 출산 의지가 강했다. 백방으로 아이 살릴 길을 찾던 중 동탄제일병원을 알게 됐다. 결국 이곳에서 2차 수술로 더블 맥도날드 수술을 받았고, 만삭까지 임신을 유지해 첫아들을 품에 안았다. 두 번째 임신에서도 예방 차원의 수술을 받아 무사히 딸을 낳았다.

실제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외부 병원에서 1차 수술 후 양막 돌출로 동탄제일병원 자궁경부무력증센터로 전원돼 2차 재수술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수술 후 임신 유지 기간은 양막 탈출이 3㎝ 이하인 경우 평균 9.7주, 3㎝ 이상인 경우 평균 4.1주 연장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 임신 25주에 재수술했고 이로써 임신 기간을 평균 7주 연장했으며 평균 32주에 출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열린 세계산부인과초음파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동탄제일병원의 자궁경부무력증 예방·치료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주목받는다. 일본·중국·동남아·미국·캐나다 등에서 산모들이 찾아와 수술을 받곤 한다. 박 센터장은 “올핸 해외 거주 한국인·외국인 산모들에게 적극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곤경에 처한 자궁경부무력증 산모의 마지막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빠르고 정확한 수술로 조산을 막고 임신 전 조산 위험도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 예방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문일 센터장이 짚어준 자궁경부무력증 키포인트

1. 발생 위험 높이는 요인이 있나
▶과거 조산이나 습관성 유산이 있었던 경우 ▶자궁경부 원추 절제술이나 빈번한 인공임신중절 수술 경험이 있는 경우 ▶과거 분만할 때 자궁경부에 손상이 발생한 경우 ▶자궁기형이거나 자궁경부염이 심한 경우 ^자궁근종·자궁선근증·자궁경부용종이 있는 경우 잘 발생한다. 최근엔 고령 임신이나 시험관시술·인공수정에 따른 쌍둥이 임신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2. 치료 대상과 방법은 뭔가
임신 중 자궁경부의 길이가 2.5㎝ 이하로 짧거나 강도가 60% 이하일 때, 양막 돌출로 자궁경부 모양이 ‘T→Y→V→U’ 순으로 변하면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이땐 자궁경부 원형 결찰술을 활용하는데 질을 통해 묶는 질식과 개복·복강경을 이용해 복강 안에서 묶는 복식으로 나뉜다. 질식은 쉬로드카 수술, 맥도날드 또는 더블 맥도날드 수술이 대표적이다. 복식의 경우 임신 중 개복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필히 제왕절개술로 분만해야 한다.

3. 조산 위험률 낮추려면
조산·유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황체호르몬 약제를 활용한 내과적 방법이 쓰인다. 외과적 방법도 있다. 자궁경부 원형 결찰술로 임신 13~16주에 미리 자궁경부를 묶어준다. 이후 임신 35~36주에 봉합사를 제거한 뒤 자연분만을 기다리게 된다. 특히 더블 맥도날드 수술은 자궁경부를 2중으로 견고하게 결찰함에 따라 임신 유지 기간을 연장해 만삭 출산율이 크게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4. 응급·2차 수술 가능한가
그동안 국내에선 1차 수술 후 양막이 재돌출된 경우 재수술은 수술 자체의 위험성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수술 시기도 임신 24주까지로 한정됐다. 그러나 적어도 임신 28주까지 연장돼야 신생아 생존율이 80%까지 올라가고 최소 임신 32주가 돼야 뇌 관련 후유증 발생이 줄어든다. 양막을 보호하는 견인 기구나 적절한 봉합사 사용 등 특화된 기법으로 수술하면 임신 28주까지도 응급·2차 재수술이 가능하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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