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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등에 업은 민중당, 대만 정국 캐스팅보트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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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만 총통 선거 결과 30년 가까이 이어진 민주진보당과 국민당의 양당 체제에 금이 갔다.

제3정당인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 후보가 예상보다 높은 26.46%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다. 총통 선거가 직선제로 전환한 1996년 이후 제3정당이 2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민중당 돌풍은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나타났다. 전체 113석 중 집권 민진당(51석)과 국민당(52석)이 비등한 규모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가운데 민중당이 8석을 확보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모두 민중당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 민중당이 정치적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커원저 후보는 13일 밤 패배 연설에서 “3당 균형을 이룸으로써 대만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세계에 증명했다”며 “4년 뒤 반드시 집권할 것이며 내일부터 다시 일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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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외과의사 출신의 커원저는 2014년 수도 타이베이 시장에 무소속으로 도전해 국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2018년 재선에 성공했고 2019년 민중당을 창당해 제3의 길을 선언했다.

커원저는 민생경제를 내세우며 젊은이들에게 파고드는 전략을 폈다.

민진당과 국민당이 각각 ‘대만의 자유·민주 수호’ ‘전쟁과 평화 사이의 선택’ 등 명분을 강조하는 사이에 커원저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중 자녀가 있는 가정엔 저리 대출을 제공하고, 세금 감면을 통한 근로자 임금 인상을 공약하는 등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10만 명으로 10만 명대인 라이칭더나 허우유이 후보보다 10배나 많다. 커원저를 ‘아베이’(阿伯·‘아저씨’나 ‘삼촌’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라고 부르는 MZ세대에서 팬층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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