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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싱어 "AI가 기술의 선한 힘 발휘하게 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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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호 12면

막 내린 CES 2024

이번 박람회 기간 내내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던 SK그룹의 전시관. [연합뉴스]

이번 박람회 기간 내내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던 SK그룹의 전시관. [연합뉴스]

최신 기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CES). 그 중에서도 CES의 기조연설은 ‘가장 빨리, 가장 멀리’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경영 리더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CES 2024의 기조연설 8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인텔·퀄컴·지멘스·HD현대·월마트·로레알·베스트바이·스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기조연설 무대에 올랐다. 첨단 기술 산업부터 뷰티·리테일·건설기계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쓰나미’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 CEO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해 어떤 기회를 만들려 하는지 발표하고 전 세계에 산업의 미래를 제시했다.

월마트 CEO “기술, 인간 위해 복무해야”

CES 2024에서 TV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최고상(The Best of CES 2024)을 수상한 ‘LG 시그니처 올레드 T’. 이 제품은 투명 스크린으로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뉴스1]

CES 2024에서 TV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최고상(The Best of CES 2024)을 수상한 ‘LG 시그니처 올레드 T’. 이 제품은 투명 스크린으로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뉴스1]

AI를 기회로 보는 CEO들은 대체로 AI 낙관론자들이다. 9일 기조연설자로 나선 펫 겔싱어 인텔 CEO는 “40년 넘게 테크놀로지 산업 분야에 종사한 사람으로 기술은 중립적인 플랫폼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라며 “마냥 좋거나 나쁜 게 아니고, 기술은 언제나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의 ‘선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AI가 그걸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통 공룡’ 월마트는 매장과 물류센터 등에서 인간과 공존하고 있는 자사의 생성 AI 솔루션을 소개했다. AI가 발전하면 인간의 단순 노동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인간을 돕는 AI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월마트는 ‘민간 최대 고용주’라고 불리는 동시에 로봇·AI 같은 자동화 기술이 인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도 통한다.

더그 맥밀란 월마트 CEO는 “우리의 기본 원칙은 ‘기술은 인간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이며, 무거운 짐 들기나 반복적인 작업에 기술을 활용하면 인간은 더 효율적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급여도 더 받을 수 있도록 인간의 역할을 새로 설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촉감을 신경계에 전달해 확장현실(XR) 환경에 표현하는 웨어러블 기기 ‘팬텀’. 팬텀은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뉴스1]

촉감을 신경계에 전달해 확장현실(XR) 환경에 표현하는 웨어러블 기기 ‘팬텀’. 팬텀은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뉴스1]

최신 트렌드는 역시 ‘온디바이스 AI’ 즉, 스마트폰 등 개인 기기에서 구현되는 AI였다. 겔싱어 CEO는 개별 기기에 AI가 탑재돼야 하는 이유를 ‘온디바이스 AI의 3대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물리·토지 손실 법칙인데, 우선 내 기기 안에서 AI를 구동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저렴하다”라며 “두 번째는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했다 다시 가져오는 방식은 반응이 빠르지 않아 시간과 물리적인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이때 데이터 센터를 지을 땅이 필요하니 토지 손실이 발생하고 규제도 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크리스티아노 아몬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도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확언했다. “차세대 컴퓨팅 시장은 클라우드 시대에서 디바이스로 넘어갈 것”이라며 “AI가 디바이스에 탑재됐다는 것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가 당신의 모든 터치와 입력을 학습하고 다음 행동을 예측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이번 CES에서 스냅드래곤 칩 기반 자동차용 플랫폼을 새로 공개했다. 자동차를 온디바이스 AI의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니콘은 광학 기술을 바탕으로 1㎜의 초소형 부품을 다룰 수 있는 초정밀 로봇 시스템 ‘로봇 비전 기술’을 선보였다. [뉴스1]

니콘은 광학 기술을 바탕으로 1㎜의 초소형 부품을 다룰 수 있는 초정밀 로봇 시스템 ‘로봇 비전 기술’을 선보였다. [뉴스1]

AI가 스마트폰, 노트북PC 등 개인 기기로 들어오면 개별 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할 프로세서 등 모바일 반도체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아몬 CEO는 지난해 10월 공개한 자사의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여러 시스템을 칩 하나에 통합한 반도체) ‘스냅드래곤 8 Gen 3’을 소개하며 “이는 업계에서 가장 빠른 AI 엔진 중 하나이며 올해부터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사용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냅드래곤 8세대는 퀄컴이 처음으로 생성 AI를 고려해 설계한 모바일 제품으로 이달 공개될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시리즈에 탑재된다.

펫 겔싱어

펫 겔싱어

퀄컴은 중국의 샤오미·비보·오포 등 온디바이스AI 제품을 내놓으려는 기업들과의 협력도 도모하고 있다. 아몬 CEO는 “퀄컴은 AI를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구동시킬 수 있는 칩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겔싱어 CEO도 인텔의 생성 AI 맞춤형 반도체 ‘가우디3’를 언급하며 “현재 초기 실험 중이며 몇 달 후 고객사에 시제품이 공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1909년 설립된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뷰티 버전의 생성 AI 서비스를 소개했다. 니콜라스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CEO는 무대에서 자신의 재킷 안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뷰티 지니어스야,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탔더니 내 얼굴이 너무 피곤해 보이는데 조언 좀 해줘”라고 하자 AI는 그에게 맞는 화장품과 보습 크림을 추천했다. 이에로니무스 CEO는 “2018년부터 37개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개발했다”라며 “뷰티 지니어스는 개인에게 맞는 최고의 뷰티 루틴(관리 습관)을 제공한다. 50개 국가에서 1만 개 이상의 제품에 테스트한 끝에 완성됐다”라고 말했다.

초대받은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는 ‘디너 키노트’에는 미국 가전제품 판매 체인 베스트바이의 코리 배리 CEO가 참석했다. 미국 경제매거진 포춘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배리 CEO는 ‘10년 전부터 베스트바이 같은 대형 매장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이 분야가 놀랄만한 산업이라는 것과 미국에서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재고 관리나 업무 처리 속도 높이는 데만 AI를 쓰는 게 아니고, 사람들이 원하는 일에 AI 기술을 활용한다”며 “AI는 좀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기술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고 포춘은 보도했다.

한국, 삼성·SK·현대차 등 781개 기업 참가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편, CTA는 CES 2024를 찾은 관람객이 1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150개국·4295개 기업이 참여한 이번 CES에서 한국은 역대 최대 규모·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SK·현대차·LG·HD현대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스타트업 등 약 781개 기업이 참가해 미국(1148개), 중국(1104개)에 이은 세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대만(179개), 일본(73개)을 크게 앞지른 규모다. 중기부·산자부·코트라 등 32개 기관이 힘을 합친 ‘통합 한국관’에 참여한 기업도 443개로 지난해(140개)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와 미국산업디자이너학회(IDSA)가 수여하는 CES 혁신상에도 한국 기업 다수가 선정됐다. CTA는 AI,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29개 카테고리에서 35개 기술에 최고혁신상을, 522개 기술에 혁신상을 수여했다. 혁신상 수상 기업 중 143곳(27.3%)은 한국 기업으로, 이 중 116개 기업이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이다. 최고 혁신상 부문에서는 35개 수상작 중 13개가 한국 기업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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