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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출신 회장 1명 뿐인데…포스코 술렁이게 한 '영원한 LG맨'

중앙일보

입력

포스코. 중앙포토

포스코. 중앙포토

재계 5위 포스코그룹(자산 132조원)의 차기 회장에 권영수(67)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도전하면서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반대 이후 최정우 현 회장의 3연임 도전이 무산된 데 이어, ‘영원한 LG맨’으로 불리던 권 전 부회장이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면서다.

‘44년 LG맨’, 포스코그룹 지휘봉 잡나

회장 평판 조회에 동의한 권 전 부회장은 재계 4위 LG그룹의 ‘간판 CEO’로 손꼽혔다. 44년동안 LG그룹에 몸담았고 이 중 17년은 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등의 최고 경영진을 지냈다. 지난해말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을 끝으로 용퇴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경영 성과도 화려하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등을 이끌었고 토요타 등 글로벌 판매 상위 완성차업체 10곳 중 9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2007년에는 적자이던 LG디스플레이를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애플로부터 아이폰용 LCD 패널 공급 계약을 따낸 공이 컸다. LG화학 사장 시절엔 차량용 배터리 세계 1위에 오르며 ‘1등 DNA’로 이름을 날렸다. LG유플러스 CEO 때는 유료방송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며 미디어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 부회장이 업종을 불문하고 신(新)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이력이 많다 보니, 사업구조를 개편해온 포스코그룹의 차기 수장에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기존 철강 일변도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배터리 소재 등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철강 모른다” 반론도…‘최정우 라인’ 유리할까

반면 포스코가 지난 50여 년 동안 철강을 주력 사업으로 해온 만큼 “철강을 모르는 회장이 기업을 이끌어선 안 된다”는 내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외부 출신 포스코그룹 회장이 유난히 드물기도 했다. 포스코 창립 이후 외부 인사가 회장직을 맡은 사례는 김영삼 정부 시절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지낸 고(故) 김만제 회장(1994년)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내부 인사 후보군 7명에 포함된 ‘재무통’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연구개발(R&D)·혁신을 주도해온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사장) 등 현직 포스코홀딩스 사내이사들이 유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정 사장은 현직인 최정우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 회장과 지난 2018년 회장 선임 당시 경합하던 ‘정통 철강맨’ 장인화 자문역(전 포스코 사장)도 내부 후보 중 하나다. 또 다른 내부 인사로는 ‘그룹 2인자’로 꼽히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마케팅 전문가’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뉴스1

최정우 포스코 회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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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외풍’…이달 말 최종 후보자 공개

‘외풍’도 변수다. 지난해 말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인사에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개입하고 있다는 ‘지라시’(정보지)가 돌자, 김 전 실장이 경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할 만큼, 말들이 무성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 취임한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해외 순방길에 단 한 차례도 동행하지 못하면서 사임설이 끊이지 않았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포스코 회장이 대통령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포스코 패싱’이 반복되며 정치권에선 외부 인사가 포스코에 투입돼야 한다는 설이 흘러 나왔다.

실제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이 불발된 데는 국민연금의 이의 제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말 포스코 사장 선임 절차가 현 회장에 유리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후추위)가 최 회장을 심사 과정에서 탈락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자사주 3억원 어치를 매입하는 등 3연임 도전을 예고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현재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후추위는 ‘공정’을 강조하고 있다. 박희재 후추위원장은 앞서 중앙일보 통화에서 “0.1%의 외압도 없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후추위는 오는 17일 회의에서 평판 조회를 마친 외부 후보자를 재차 심사해 ‘롱 리스트’를 확정한다. 이후 외부 인사 5명으로 꾸려진 ‘CEO 후보 추천 자문단’의 자문을 거쳐 이달 말 5명 안팎의 ‘숏 리스트(적격예비후보)’를 결정한다. 면접 등을 통해 추려진 최종 후보 1명은 2월 중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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