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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치와 세대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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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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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치(Gerontocracy)란 노인들이 정치권력을 장악한 기형적 정치형태다. 과거 공산권 독재자들의 종신 집권을 비판하던 용어다. 최근엔 미국 바이든(81) 대통령과 트럼프(78) 전 대통령의 대권도전을 비판할 때 흔히 사용된다.

노인정치의 문제는 노년층의 기득권이 강화되면서 젊은층의 발언권이 축소되는 세대 간 불균형이다.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가 역동성을 잃고 퇴행하게 된다.

지난 10일 행정안전부 발표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 4월 총선에서 60대 이상 유권자가 20, 30대 유권자보다 많아졌다. 60대 이상의 높은 투표율까지 감안하면 세대 간 정치불균형이 심각해지게 됐다.

노년층 유권자의 비중이 높아지면 정치권은 당연히 이들을 위한 정책에 치우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젊은층은 정치를 불신하고 외면하게 된다. 방치하면 세대갈등이 더 심각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유권자의 고령화가 한국형 노인정치를 재촉하고 있다. 인구문제는 ‘정해진 미래’라고 한다. 충분히, 그리고 정확히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피하지 못한다. 뻔히 알면서도 대책 마련엔 소홀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장기 발전전략보단 선거용 땜질 처방에 매달린다. 4월 총선에서도 여야 정치권은 사투를 벌일 것이다. ‘회색 코뿔소’와 같은 현존 위험인 세대갈등은 요란한 정쟁에 묻힐 것이다.

코뿔소에 주목해야 한다. 다른 세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젊어 본 적 있는 노년층이 청년층을 이해하는 것이, 늙어본 적 없는 청년층이 노년층을 이해하는 것보단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