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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구태언이 소리내다

'제2 타다금지법' 또 만드나…플랫폼 경쟁촉진법이 무서운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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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구태언 법무법인 린 TMT그룹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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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AI 중심으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디지털 경쟁에서 국내 IT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정부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AI 중심으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디지털 경쟁에서 국내 IT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2021년 말 세상을 강타한 챗(Chat)GPT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과 1년도 안 돼 세상을 바꾸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법을 202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도 지난해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AI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해 올해 내에 연방 기관의 AI 사용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AI는 선진국 정부가 크게 관심을 갖는 수출 무기이자 무역장벽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앞으로 AI로 무장한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이 각국 내수시장의 강력한 파괴자가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달리’나 ‘미드저니’ 같은 영상제작 AI를 활용해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영상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자 관련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우리는 경직된 사전규제 시스템을 혁파하지 못해 의료·금융·법률·운수 등 전통적 산업 분야에서 우리의 미래를 이끌 유니콘 기업을 양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러한 AI 전쟁터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적 행보를 가져가야 할 것인가.

AI로 무장하고 몰려오는 글로벌 빅테크 플렛폼

1990년대 말 창업한 네이버, 다음(현 카카오)이 국내 인터넷 시장을 사수해 준 덕에 토종 IT기업들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시장에서 유효한 경쟁을 벌여 왔다. 미국은 인터넷 산업의 각종 규제를 미룸으로써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변환에 성공해 글로벌 빅테크를 무수히 양산하고 전 세계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이제 초거대 AI  미보유국은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것이 명확한 지금 우리는 우리의 사전 규제 시스템을 혁파할 한계점에 다다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글로벌 경쟁 시장에 이미 편입된 한국의 산업경쟁력에 큰 족쇄가 되어 결국 토종 플랫폼의 패퇴로 귀결되어 해외 빅테크가 어부지리를 얻게 될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과 경제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국내기업에만 작용할 규제 입법은 국내기업의 활동에 큰 제약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만 보아도 쿠팡이 크게 성장해 소비자들을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지게 만들자마자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엄청난 물량의 광고와 할인 공세를 벌여 사실상 영토 전쟁이 벌어진 상황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플랫폼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플랫폼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공정위는 EU의 DMA(디지털시장법),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을 사례로 들고 있으나, EU의 경우 토종 플랫폼이 미국 빅테크에 궤멸돼 미국 빅테크를 상대로 ‘법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겪는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넷플릭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토종플랫폼이 없다면 우리 시장은 누가 지켜낼 것인가. 이렇게 호시탐탐 글로벌 빅테크들이 노리고 있는 디지털 경제전쟁터에서 결국 국내기업에만 적용될 규제 입법을 만드는 것은 소탐대실이자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사전규제로 스타트업 혁신 경쟁 소멸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보도자료에서 밝힌 사례 중 카카오T의 독과점화는 바로 정부가 ‘타다금지법’을 통해 혁신 모빌리티의 싹을 잘라 버린 것이 근원이다. 과도한 사전규제로 스타트업이 혁신을 실험할 경쟁시장 자체를 없애 버린 타다금지법이 모든 정부부처에 널려 있는데, 이 땅에서 대기업 말고 마음껏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몇 안 되는 토종 플랫폼들이 글로벌 빅테크와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는 우리나라에서 강력한 플랫폼 규제 입법은 결국 모험자본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위축,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외면을 낳아 이제 막 성장하는 미래 유니콘들의 성장동력을 잃게 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경쟁정책이 벤처정책과 함께 가지 않으면 결국 한쪽 엔진을 잃고 추락하는 비행기와 같은 신세라는 점을 정부가 잊으면 안 된다.

우리의 미래 경제를 수호할 거대 디지털 기업은 최소 20년 동안 성장해야 글로벌 빅테크와 맞설 정도의 규모가 될 수 있다. 90년대 말 창업해 성장해 온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 역할을 하고 있어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패배한 곳이 우리나라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를 위협하는 초거대 AI전쟁에서 우리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비실명정보를 과잉보호하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물의 AI 학습을 막는 저작권법이 초거대 AI를 만들 학습데이터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만이 초거대 AI(하이퍼 클로바 X)를 출시할 수 있는 이유는 네이버 외에는 초거대 AI를 만들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진 곳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또 간과할 수 없는 큰 헌법적 문제가 플랫폼 경쟁촉진법에 숨어 있다. 바로 정부가 기업의 영업 비밀인 알고리즘의 조사를 공언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AI는 수많은 복잡한 소스코드로 이루어진 것으로 수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개발할 수 있으며 기업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래서 국가는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법을 통해 소스코드를 핵심 영업비밀이자 지식재산권으로 보고 적극 보호하고 있다.

지배적 플랫폼 금지 행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지배적 플랫폼 금지 행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플랫폼 붕괴, 소상공인 붕괴로 이어져

경쟁촉진을 명분으로 정부가 소스코드를 가져갈 수 있는 나라에서 어떤 기업도 AI를 연구 개발하기 어렵고, 해외의 유수의 AI 기업들도 국내 시장 진출을 꺼릴 것이다. 이러한 알고리즘을 정부가 내수시장의 경쟁 조사를 명분으로 가져가서 파헤칠 수 있는 국가는 중국 이외에는 없다. 결국 한국만 새로운 AI 산업혁명에서 뒤처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 우려된다. 국내 플랫폼의 붕괴는 결국 소상공인의 붕괴로 이어질 것인데 이런 결과를 낳을 규제 입법이라면 이를 굳이 도입할 필요가 있겠는가.

정부는 혁신기업이 기존 시장에 마음껏 진입해 다른 기업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열린 규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각 산업 분야의 수많은 타다금지법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디지털 경제전쟁에서 우리 주권을 지켜줄 미래산업을 갖기 어렵다. 정부는 혁신산업이 기존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국민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한편, 경쟁에서 패퇴한 기존 산업의 이주 대책을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부처들이 기존 산업의 붕괴를 우려해 온갖 사전 규제로 혁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동안 안방을 위협하는 AI 전쟁이 코앞에 펼쳐지고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TMT그룹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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