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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익히면 고향 돌아가" 외국 인력 급한 사장님의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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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충북 충주의 한 금속 파이프 제조 공장. 사진 업체 제공

충북 충주의 한 금속 파이프 제조 공장. 사진 업체 제공

충북의 금속 파이프 제조업체에서 인력 관리 업무를 하는 김모 이사는 해마다 이맘때면 외국인 근로자 모시기에 분주하다. 이 회사 직원 70여 명 가운데 사무·영업직을 제외한 현장 근로자는 50여 명. 이 중 22명이 방글라데시·베트남·스리랑카 등 해외에서 왔다. 나머지 3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 중 20명이 60대 이상이다. 20~30대 외국인 근로자 일손이 간절한 이유다.

김씨는 “파이프 성형 기술을 익히는 데만 최소 2~3년은 걸리는데, 외국인 근로자는 숙련될만 하면 고향에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말 잘 통하고 기술도 빨리 배우는 한국인이 오면 좋지만 지원자가 없다보니 매년 외국인으로 4~5명씩 충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일손’ 가뭄이 심각한 중소 제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력난이 심하다보니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장기간 고용하고 싶지만 생산성은 내국인에 미치지 못해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8일 발표한 ‘외국 인력 고용 관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들의 외국인 근로자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동시에 낮은 생산성에 대한 불만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11월 15~30일 외국 인력을 고용 중인 1200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다.

수요 못미치는 인력 공급

중소 제조업체들의 89.8%는 ‘한국인의 중기 취업기피 현상이 더욱 극심해졌다’고 답했고, 29.7%가 ‘약 5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응답 기업의 절반(53.5%)은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최장 9년 8개월)에 대해 ‘5년 이상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기중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은 “설문 결과로 추산해보면 중소 제조기업 1만6270곳이 외국 인력 7만9723명을 추가로 필요로 하는 셈”이라며 “정부가 올해 외국 인력 규모를 기존보다 4만5000명 늘리겠다고 했지만 중소기업 현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낮은 생산성은 과제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낮은 생산성에 대한 고민도 컸다. 외국인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숙식비(40만9000원) 포함 시 305만6000원. 기업 3곳 중 1곳(67.9%)이 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건비를 주고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은 고용 초기(3개월) 기준 내국인의 59%에 그치기 때문이다. 외국 인력 고용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49.7%가 의사소통 문제(낮은 한국어 수준)를 꼽았다. 불성실한 외국 인력에 대해서는 사업장 변경 횟수 축소 등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35.5%)도 나왔다.

서울 구로구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최원충 성원A.C.공업 대표는 “직원 16명 중 7명이 외국인인데 여러 고충을 감수하고 채용한 것”이라며 “이력서에는 한국어를 잘 한다고 써 있었는데 막상 말이 통하지 않아 기술을 가르치는 데 한계를 느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렇게 가르쳤는데 1년쯤 지나 일이 익숙해질 무렵에 ‘근무 태도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사업장을 옮기겠다고 할 땐 정말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이기중 실장은 “정부가 외국 인력 도입을 확대하며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일부 완화할 수 있었지만 이젠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 절실하다”며 “입국 전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한국어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업체에 귀책 사유가 없는데도 태업이나 무단 결근하며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강제 출국 등의 조치가 필요한 반면 성실히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양질의 외국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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