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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이어 '지역의료 비하'로…이재명 헬기이송 논란 키운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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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이 헬기 이송을 둘러싼 특혜 및 지역의료 비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 2일 이 대표의 부산 가덕도 방문 중 발생한 피습 사건 직후부터 서울 이송의 주요한 이유로 "이 대표의 위중"을 강조해왔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사고 당일 부산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칫 대량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후 신속하게 수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소방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가 봉합 수술을 받았다. 민주당 영입인재인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도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의무기록 등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초기에 매우 위중한 상태에 놓였었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민주당 발표대로 이 대표가 위중했다면 서울대병원 이송이 아니라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던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의사회는 지난 4일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았고, 외상외과·응급의학과 등 12개과에 의사만 42명, 간호사만 157명이 근무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독립형 외상센터로 2019년부터 5년 연속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이에 이 대표 측은 가족의 이송 요청이 있었고,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 피습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지호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은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정신적 지지를 해줄 가족의 간호가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부산대병원에 가능하다면 환자가 주거지 인근인 서울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검토 요청을 했고, 의료진이 전원 의뢰서를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정신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족의 간호를 받을 수 있게 병원에 요청한 것이 위법하며 윤리적으로 비난받고 사과해야 할 일인지 묻고 싶다”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헬기 이송에 대한 특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상급 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 자체가 전례가 없었던 데다가, 굳이 이송해야 했다면 지상 구급차를 이용했어야 한다는 논리다. “헬기 이송된 것은 의료전달 체계를 뛰어넘는 선민의식과 내로남불 행태이고, 즉각적인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다”(서울시의사회), “가족이 원했어도 헬기가 아닌 구급차를 이용하는 게 원칙상 맞다”(대전시의사회) 등 의료계 비난이 빗발치는 이유다.

 이 와중에 터져 나온 민주당 지도부 인사의 발언은 ‘지역 의료 비하’ 논란으로 번졌다.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한다”(정청래 최고위원)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부산시의사회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도 7일 성명문을 내고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에 대해 “지방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수도권 우월주의”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이 지난 5일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정말 아주 비상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곳”이라는 발언도 논란을 부추겼다. 이 대표가 위중한 상태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8일 이 대표 헬기 이송이 부산대·서울대병원 업무를 방해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사과 대신 “터무니없는 정치 공격”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7일 성명문에서 “여당 측이 야당 대표 피습 사태에 대해 애써 손만 보고 달은 보려 하지 않으면서 본질을 흐리면서 터무니없는 정치공격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용기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야당 대표가 칼에 맞고 생사가 오가는데 ‘부산 홀대’라고 정치적인 공격을 한다. 국민의힘은 인간성을 포기한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제1야당 대표는 국가 의전 서열상 총리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안다. 그런 사람이 흉기 피습을 당했다면 본인과 가족의 의사를 존중해서 헬기로 서울 이송도 할 수 있는 문제”라며 “진영논리로 특혜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경기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2024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경기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2024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취임 후 첫 1박2일 PK 방문 

 이 대표의 헬기 이송 논란을 두고 부산 민심이 동요하는 사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는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경남(PK)을 찾는다. 취임 후 첫 PK 방문으로 예정된 하루 일정을 1박 2일로 늘려 첫 청년 간담회와 현장 비대위 회의 일정을 수행할 예정이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실망한 PK 민심을 다독이면서 지역 의료계 비하 논란으로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흡수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일자리와 주거·교통 관련 메시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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