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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발한 열차는 여기서 달린다…오송차량기지의 '속살'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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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차량기지에 보관 중인 초고속열차 '해무'(오른쪽 흰색 열차). 강갑생 기자

오송차량기지에 보관 중인 초고속열차 '해무'(오른쪽 흰색 열차). 강갑생 기자

 서울역이나 용산역을 출발해 KTX 오송역 부근에 다다르면 오른쪽 차창 밖으로 꽤 넓은 부지에 여러 건물과 선로, 그리고 그 위에 놓여있는 다양한 열차들이 눈에 띕니다. 바로 철도 분야에선 흔히 '오송차량기지'라고 부르는 시설인데요.

 선로에 서 있는 열차 중에서 철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도 있는 열차가 바로 초고속열차인 '해무(HEMU-430X)' 일 텐데요. 지난 2013년 3월에 국내 최고인 시속 421㎞를 돌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해무는 연구개발(R&D)용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실제로 영업운영이 이뤄지는 일반 철도에서는 원칙적으로 운행할 수가 없습니다.

 또 정부의 시속 400㎞대 고속열차 도입 계획이 본격화되지 않은 탓에 더욱이 활용할 곳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꽤 오랫동안 오송차량기지에서 해무를 보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해무를 개발하면서 습득한 동력분산식열차 제작기술은 KTX-이음과 EMU-320 등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해무는 최고 시속 421㎞를 돌파하기도 했다. 사진 국토교통부

해무는 최고 시속 421㎞를 돌파하기도 했다. 사진 국토교통부

 동력분산식은 KTX나 KTX-산천처럼 기관차가 맨 앞에서 객차를 끌고 달리는 방식(동력집중식)이 아니라 별도의 기관차 없이 객차들 밑에 동력장치를 분산 배치해 달리는 구조입니다. 동력집중식보다 가·감속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의 열차가 하나 더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 연구·개발 과제로 개발한 틸팅열차인데요. 틸팅열차는 빙상선수가 곡선구간을 돌 때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몸을 옆으로 기울이는 것처럼 곡선 선로구간을 지날 때 안전을 위해 차체를 기울일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열차입니다. 속도도 시속 200㎞를 넘겼습니다.

좌우로 기울임 기능이 있는 한국형 틸팅열차. 중앙일보

좌우로 기울임 기능이 있는 한국형 틸팅열차. 중앙일보

 당시는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 철도 환경에 틸팅열차가 유용할 거란 계산이었는데요. 그러나 정부가 산악지대의 곡선반경이 큰 철로 대신 터널을 뚫는 방식 위주로 철도 선로 개량을 추진하면서 틸팅열차도 역시나 설 곳을 잃었다고 합니다. 최근엔 철도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이사를 했다고 하네요.

 유심히 보면 최근 개발된 열차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오는 3월 말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의 수서~동탄 구간을 달리게 될 GTX-A 차량이 있는데요. 개통을 앞두고 수서~동탄 구간에서 종합시험운행을 하면서 이곳 오송차량기지를 차고지로 쓰고 있습니다. 또 연구·개발 과제로 개발된 2량짜리 수소전기동차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수소를 동력으로 전기를 생산해 달릴 수 있는 차량입니다.

오송차량기지를 차고지로 쓰고 있는 GTX-A 차량. 강갑생 기자

오송차량기지를 차고지로 쓰고 있는 GTX-A 차량. 강갑생 기자

 이렇게만 보면 오송차량기지가 달리 갈 곳 없는 열차들을 보관하거나 최근 개발된 열차의 임시차고지 역할 정도만 하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을 텐데요. 오송차량기지는 1994년 말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오송궤도기지사무소로 시작해 현재는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총 58만여㎡ 부지에 41개의 건물이 있으며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기연)과 철도 관련 민간업체 등이 입주해 있습니다. 국가철도공단은 '오송 시설정비사무소'라는 명칭으로 철도 건설장비 유지보수 및 철도건설 현장 공급과 장대레일 용접공장 운영 등을 하고 있습니다. 코레일은 선로 유지보수와 유사시 사고 대응 등을 위해 이곳을 사용 중입니다.

오송차량기지에선 수소전기동차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오송 시험선을 달리는 모습. 사진 우진산전

오송차량기지에선 수소전기동차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오송 시험선을 달리는 모습. 사진 우진산전

 오송차량기지에는 또 하나 숨겨진 '속살'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 유일의 '철도종합시험선로(이하 시험선)'인데요. 총 길이 13㎞로 최고시속 250㎞까지 달릴 수 있는 시험선로로 모두 2400억원을 들여 지난 2019년 3월 완공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새로 개발·제작한 열차의 성능시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설인데요. 시험선은 직류와 교류 모두 사용 가능하며, 9개의 교량과 6개의 터널 구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철기연에서 운영을 맡고 있는데요. 철기연의 홍재성 오송시험선운영실장은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등 국내 철도차량제작업체들도 각각 시험선로를 갖추고는 있지만, 길이가 짧은 탓에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없는 등 시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곳 종합시험선로를 이용한다”고 설명합니다.

오송시험선로 모습. 강갑생 기자

오송시험선로 모습. 강갑생 기자

 최근에는 현대로템이 싱가포르와 호주 등에서 수주한 신형 전동차의 주행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강릉선과 중부내륙선, 중앙선 등을 달리고 있는 KTX-이음도 이곳 시험선에서 테스트를 거쳤으며, 차세대 고속열차인 EMU-320 역시 이곳을 이용했습니다.

 신형 열차의 테스트베드인 시험선도 고민이 있습니다. 당초 순환선 형태로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직선선로가 너무 짧아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서 직선구간을 늘린 탓에 순환선이 되지 못한 겁니다. 이 때문에 시험 운행한 열차가 회차할 동안 시험선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오송시험선로 모형도. 강갑생 기자

오송시험선로 모형도. 강갑생 기자

 그래서 순환선을 만들기 위한 예산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 막혀서 진척이 없다고 하는데요. 홍재성 실장은 “순환선이 되면 선행열차가 돌아 나올 동안 기다릴 필요 없이 다른 열차의 시험도 계속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효율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송차량기지에 있는 무가선트램. 사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차량기지에 있는 무가선트램. 사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차량기지 안에는 또 트램을 위한 시험선로도 있는데요. 철기연에서 개발한 무가선 트램을 위한 시설입니다. 무가선 트램은 공중에 전기공급을 위한 전선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배터리 등으로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얼핏 열차들만 잔뜩 서 있는 곳처럼 보이지만 오송차량기지는 중요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철도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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