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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대장동 특검법…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검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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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호 01면

예고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및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엔 ‘호재’가 될 걸 알면서도 민심을 거스르는 선택을 했다. 민주당은 당장 “국민을 버리고 가족을 선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에선 김건희 여사의 일정과 동선, 메시지를 관리하는 제2부속실 설치 의향을 밝히는 것으로 달래려 했다. 하지만 여권에서조차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선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는 속전속결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전 9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재의요구안을 10여분 만에 의결했다. 국회에서 법안이 이송된 지 만 하루도 안 돼서였다. 곧이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개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방탄이 목적이자, 총선용 여론 조작을 위해 만들어진 악법”이라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 비서실장은 ‘김건희 특검’을 ‘도이치모터스 특검’이라 지칭하며 “도이치모터스 특검은 12년 전 (윤 대통령과) 결혼도 하기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한 사건”이라며 “정치 편향적인 특검 임명과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 조작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50억 클럽 특검과 관련해선 “누군가 대장동 사업 로비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당시 인허가권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주변 사람일 것”이라고 했다.

여권, 제2부속실 설치 준비…특검민심 달랠지는 미지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선물 받은 운동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선물 받은 운동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나선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쌍특검법안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라며 “비서실장이 말을 하는 게 윤 대통령의 뜻을 제일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국회 본회의 통과 후 8일 만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12일), 간호법(19일), 노란봉투법 및 방송3법 개정안(22일) 때보다 빨랐다. 대통령실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조항에 대해 신속하게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일사천리의 거부권 행사와는 별개로 대통령실은 ‘김건희 특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는 점을 의식한 듯 제2부속실 설치 의사를 밝혔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선 공약에 따라 제2부속실을 설치하지 않았는데, 국민 대다수가 좋다고 생각하시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중 “대통령 부인은 그냥 대통령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부인에 대해 법 바깥의 지위를 관행화 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했었다. 당시는 김 여사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 등이 불거졌던 시기로, 김 여사의 행보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정부 출범 뒤 김 여사의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여권 내에서도 제2부속실 설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현재는 윤 대통령 일정을 담당하는 부속실 내 일부 직원이 김 여사 일정도 함께 맡는 것으로 안다”며 “제2부속실이 설치되면 결정 과정이 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르면 내주부터 제2부속실 설치 준비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빈자리가 보인다. [뉴스1]

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빈자리가 보인다. [뉴스1]

이 정도 조치로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특검법 거부에 대한 여론은 산불처럼 일어나는데, 제2부속실 설치만으로 그 불을 끌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선 그래서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인척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동훈 위원장의 입장이 중요해졌다. 그는 이날 “특검법 거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선 미묘했다. 대통령실에선 “국회에서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는데, 한 위원장은 “특별감찰관 문제와 제2부속실에 대해 대통령실이 전향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본다. 당에서도 도울 일 있으면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장차 대통령실과 어떻게 조율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이런 스탠스는 법무장관 막바지에 “법 앞에 예외가 없다”고 했던 것보다는 후퇴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족 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발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거부권 행사로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후 국회 본청 앞에서 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과 함께 규탄대회도 열었다. 민주당은 이 국면을 될 수 있는 한 길게 끌고 가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재의요구안 표결도 공천이 마무리된 이후로 늦추겠다는 태세다. 국민의힘 공천탈락자들이 도우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란 허들도 넘을 수 있다고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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