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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우크라에 北미사일 쐈다"…한국 겨눈 KN-23 실전테스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1년에도 수십차례씩 이뤄지지만, 실제 전장에서 쓰인 건 차원이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지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실전 성능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군이 지난해 12월 30일 최소 한 발과 지난 2일 야간 공습 시 여러 발 등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시기로 미뤄 지난해 연말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세 과정에서 북한산 탄도미사일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격전지인 자포리자 지역 공터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아직 분석 중이라고 한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의 북한 미사일 발사 지점, 탄착 지점을 표시한 지도까지 공개했다. 이런 정보 사안을 곧바로 세세하게 공개한 건 관련 동향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북·러를 압박하려는 ‘인지전’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백악관이 밝힌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900㎞다. 평양 인근에서 발사한다고 가정하면 남한 전역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

관련 제원으로 미뤄 러시아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으로 추정된다. 한·미 군 당국 역시 KN-23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뿐만 아니라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이나 북한과 러시아의 과감한 불법 거래 수법 등을 보면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 매체에 등장한 북한산 추정 포탄. 사진 러시아 방송 캡처, 연합뉴스

러시아 매체에 등장한 북한산 추정 포탄. 사진 러시아 방송 캡처, 연합뉴스

백악관은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 발사대와 탄도 미사일 수십발을 제공했다고도 밝혔다. KN-23 뿐 아니라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초대형방사포 KN-25 등 신형 전술 무기 ‘3종 세트’가 선박은 물론, 철도나 항공기 등을 통해 운반됐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보이는 탄도미사일은 한국을 노려 개발한 무기라는 점이다. 러시아가 전장에서 북한 미사일을 사용할수록 김정은으로서는 실전 성능을 검증 및 보완할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이는 한국을 타깃으로 한 북한 미사일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실제 북한은 1990년대 중동 지역에 미사일을 수출하며 기술력을 높였다.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노린 방공망 체계가 어떤 식으로 운용되는지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의 공세에 맞서 우크라이나 측은 서방이 제공한 패트리엇 체계를 총가동했다. 한국군 역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패트리엇-2·3 체계를 갖추고 있다. 북한 미사일의 우크라이나전 실전 사용이 요격 회피 능력 향상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북한 무기를 구매하려는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북한이 일종의 ‘쇼케이스’를 벌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국가’로 재규정하고, 대남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또 핵 무력까지 동원해 남한 전역을 점령하라는 ‘영토 완정’ 준비 지시도 내렸다. 북한이 대남 공격 의도를 노골화하는 가운데 주력 무기가 될 탄도미사일의 성능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검증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전략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매체는 김 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전략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매체는 김 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정은은 5일에는 서북 도서 일대에서 북방한계선(NLL) 북방 해상으로 200여 발을 사격했다. 전원회의 지시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딸 주애를 대동한 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현지 지도하며 “당 중앙이 제시한 발사대차(차량) 생산 목표를 넘쳐 수행하고 새해의 새로운 생산 목표 점령 투쟁을 기세차게 벌여나가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도발 행보를 이어가는 건 오는 11월 치러질 미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 협상에 나서 ‘한 몫’을 제대로 챙기기 위한 몸값 높이기 차원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미 하원 정부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건물 임대료를 받기 위해 북핵 개발과 관련된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타워의 최대 세입자 중 하나인 중국 은행이 북한과 금융 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제재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비핵화나 제재에 대한 입장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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