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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조선족 마약왕' 이곳에 있었다…'마약 젖줄' 충격 실태 [대한민국 마약루트를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한민국 마약루트를 가다

양귀비를 들고 있는 미얀마 농부.

양귀비를 들고 있는 미얀마 농부.

“이 사람 맞아요. 탈북자라고 했어요.”

지난해 11월 태국 동북부 국경 지역의 이민국 사무실에서 직원 쿤 따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취재팀이 검찰 등 사정 당국에서 확보한 자료를 내밀자 그걸 보고서다. 전설적인 ‘조선족 마약왕’ 주밍신의 실체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그는 2019년 이곳에서 위장 자수했고, 2년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리고 한국에 마약을 공급하는 큰손으로 부상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그가 100건 이상의 마약 밀반입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지금도 6개의 텔레그램방을 통해 수사망을 비웃듯 마약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기관도 주밍신의 소재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실제 태국에서 활동했으며 탈북자 행세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건 예상치 못한 취재 성과였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해 1~10월 검거된 국내 마약류 사범 수는 2만2393명. 이미 2022년 1년간의 수치(1만8395명)를 가뿐히 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선균의 비극’으로 대표되는 굵직한 마약 스캔들이 잇따랐고, 중산층과 서민층으로의 빠른 확산을 실감할 만한 사건들도 연이어 터졌다.

취재팀은 2024년을 ‘마약 퇴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에서 대형 연재 기획물 ‘대한민국 마약 루트를 가다’를 준비했다. 6개월 이상의 국내외 장기 취재를 통해 한국을 오염시키는 마약의 유통 경로를 근원에서부터 샅샅이 파헤쳤다. 그 결과, 기존의 일회성 기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입체적이고 생생한 기사들을 만들어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국내 밀반입 마약이 대부분 만들어지는 동남아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 현장 취재를 통해 마약의 유출입을 막기에는 너무도 허술한 이른바 ‘국경’의 실태를 제대로 담아냈다.

특히 한강보다도 경계가 허술해 ‘마약의 젖줄’로 전락해버린 메콩강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한 경제계 유명인의 마약 투약 사실과 국내에서 직접 엑스터시를 제조하는 마약 사범의 존재도 최초로 확인했다. 또한 구속 피고인인 마약밀매 조직의 거물급 중간 유통책을 어렵게 만나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마약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경로를 통해 밀반입되며 누가 팔고 누가 사는지, 마약 근절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 마약의 모든 것을 종합적이고도 입체적으로 담아낸 이번 기획물은 ‘더중앙플러스’를 통해 9일부터 장기 연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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