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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라이프톡

나홀로 볼링…정치 유튜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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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3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회의실에 이재명 대표의 자리가 비어있다. 강정현 기자

3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회의실에 이재명 대표의 자리가 비어있다. 강정현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공격한 테러범은 은둔형 외톨이, 유튜브 과몰입자다. 뿌리 깊은, 전형적인 사회 병리현상으로 풀이된다.

이 문제를 분석한 명저가 2000년 출간된 ‘나홀로 볼링’이다.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남은 1950년 이후 미국사회의 변화를 분석했다. 단체 볼링은 줄고 ‘나홀로 볼링’이 늘었다. 공동체 붕괴와 개인주의 확산으로 사회적 분열과 갈등이 심각해졌다.

학자들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감소했다고 표현한다.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구성원간의 신뢰와 연대다. 자본(돈)이 있어야 시장이 돌아가듯, 사회적 자본(신뢰)이 있어야 사회가 잘 돌아가고 개인이 행복할 수 있다.

20세기말 시점에서 퍼트남이 지적한 문제의 대표적 원인제공자는 TV였다.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TV를 보는 바람에 공동체 활동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현시점에서 TV를 대신한 원인제공자는 유튜브다. 유튜브는 TV보다 맹독성이다. 유튜브는 혼자 몰입해서 보게 되며, 무한대 채널이 무한경쟁하면서 자극적 선택을 강요하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뭉쳐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게 된다.

사회적 자본이 사라지면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심해진다.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 영역이 줄어들면 그만큼 분열의 공간은 커진다. 극단 정치성향 유튜브는 그 틈을 파고드는 유해가스다. 중독되면 자신도 모르게 망상에 사로잡힌다. 정치적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한다.

TV나 유튜브 자체가 악은 아니다.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선용하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유튜브를 끊고 골방 밖으로 나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