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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칼럼] 유럽식 플랫폼 규제법은 대안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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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현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플랫폼 정책의 기본 방향은 자율규제이다. 그러나 2022년 말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규제가 언급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운 입법(가칭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통해 사전 규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공정위가 그 추진 배경을 설명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유럽의 입법 사례들이다. 공정위 입법안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등과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점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플랫폼 시장의 구조에 있어 유럽과 우리나라 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에는 경쟁력 있는 토종 플랫폼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구글·메타·아마존 등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압도적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유럽의 DMA 등에서 사전 규제 대상을 지정할 때 단순히 매출이나 이용자 수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 자체로 결코 엄밀한 지배력 평가 지표는 아니지만, 사실상 이미 식별된 규제 대상을 공식화하는 형식적 절차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유럽식 규제를 그대로 수입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거래액, 이용자 수, 입주 업체 수 등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플랫폼 시장인 온라인 쇼핑의 1·2위 사업자인 쿠팡과 네이버가 제일 먼저 규제 대상 후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시장은 미국·유럽 등 다른 어떤 나라들과 비교해도 훨씬 더 경쟁이 활발한 구조를 갖고 있다. 유럽에서는 그런대로 작동하던 기준이 이미 실패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치열한 플랫폼 간 경쟁이 배송·결제·멤버십 등의 다양한 서비스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유럽식 규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이 누리는 이러한 서비스들의 상당수가 사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위가 ‘반칙’이라고 낙인찍고 있는 끼워팔기나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는, 실상은 브랜드 간 또는 플랫폼 간 경쟁이 활발한 시장에서는 경쟁 친화적인 것으로 허용됐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 경쟁 정책 전문가들의 오래된 상식이다. 유럽식 규제는 우리 시장의 현실과 상식에 반한다.

온라인 쇼핑 사례를 들었지만, 우리나라 플랫폼 산업 전반에 걸쳐 게이트키퍼의 존재는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있더라도 약화하는 추세에 있다. 공정위가 규제를 주장할 때 이러한 실제 시장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입법을 검토하면서 최근의 경쟁 상황을 실증 분석해 보려는 시도조차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처지에 있는 유럽의 예가 주문처럼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유럽보다 더 합리적인 규제 대상 지정 방식을 도입할 수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 경쟁 상황을 고려해서 평가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 플랫폼 기업 중에서 어떤 기업은 규제 대상이 되고 다른 기업은 제외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공정위가 객관적이고 투명한 평가를 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가능한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규제 대상 지정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나 특혜 논란으로 증폭될 것이다. 공정위는 결국 부담을 지기보다는 유럽의 예를 따라 규모가 큰 대표적 플랫폼들 대부분을 규제 대상으로 선정하는 쉬운 길을 택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현실에 맞지도 않는 사전 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그 원점에서부터 한계를 내포한다. 최근 공정위가 언급한 플랫폼 독과점 사례를 보면 이미 조사가 진행됐거나 진행 중으로 기존의 경쟁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플랫폼 생태계 특유의 복잡성을 고려한다면, 공정위가 심결을 통해 우선 조치하되 이후 행정소송을 통해 위법성을 최종적으로 다투는 본래의 사후 규제적 접근이 오히려 더 적합하다. 대응하는 속도가 문제라면 다른 주요 선진국들에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조사 전문인력과 자원을 늘려가는 것이 우선이지, 몇몇 소수의 담당자가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우리나라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운영 방식을 좌지우지하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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