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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습격범 "역사적 사명 갖고 한 일"…8쪽 변명문 미리 준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60대 김모씨가 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출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60대 김모씨가 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출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모(67)씨가 “(이 대표 피습은)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한 일”이라는 취지의 말을 자신의 ‘변명문’에 적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그동안은 김씨의 범행 동기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김씨의 입장이 확인된 셈이다.

김씨는 이날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법원으로 이송된 후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냈다. 그걸 참고해달라”고 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 변명문에는 “(이 대표 피습은)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한 일”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이 변명문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표현했으나 범행 당시 이 변명문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대표를 살해할 마음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부산지법 성기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행 내용, 범행의 위험성과 중대성 등 사정을 고려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동안 경찰 조사에서는 김씨가 이재명 대표의 행선지를 미리 방문하고 흉기를 개조하는 등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하루 전날인 지난 1일 주거지인 충남 아산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에 왔다. 이후 다시 기차를 타고 울산역에 간 김씨는 이날 부산으로 돌아왔다. 강서구 대항전망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등 이튿날 이 대표 방문 예정지와 가까운 곳을 다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60대 김모씨가 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출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60대 김모씨가 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출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또 김씨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지난해 중순쯤 온라인에서 샀고, 이 무렵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고 진술했다. 지난 1일엔 실제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도 방문했다. 한 유튜브 채널 영상에선 이날 이 대표가 방문한 봉하마을에 김씨와 유사한 차림새를 한 남성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하루 뒤인 지난 2일 오전 10시 29분쯤 대항전망대에서 개조한 길이 18㎝(날 13㎝) 흉기로 이 대표 목 왼쪽을 찌른 뒤 현장에서 붙잡혔다. 김씨가 대항전망대에 간 것은 이때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 자택과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해 컴퓨터 3대와 휴대폰 3대를 포함해 업무용 노트와 칼, 칼갈이 등을 압수했다. 김씨가 범행 수법을 검색했는지,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었는지 등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심리 상태 등을 살피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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