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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자루 빼 흉기 개조…범행 하루 전 ‘평산마을 인근’ 울산역도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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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일 부산시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습격한 김모(67)씨는 개조한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범행 하루 전날 김씨가 부산역과 울산역을 방문한 행적도 확인했다. 울산역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는 양산시 평산마을과 가깝다. 사건 당일 이 대표는 대항전망대를 방문한 뒤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었던 만큼 경찰은 김씨가 ‘사전답사’를 위해 부산과 울산을 방문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3일 브리핑을 열고 “김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길이 18㎝(날 13㎝)의 등산용 칼”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칼자루를 빼고 테이프로 감았고, 칼날은 A4 용지 등으로 감싼 뒤 이 대표를 습격하는 데 사용했다”며 “범행 편의를 위해 흉기를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본래 칼자루를 포함한 흉기 길이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상의 주머니에 쉽게 넣고 빼기 위해 흉기를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김씨는 추가로 다른 흉기는 소지하지 않았으며, 김씨의 정신병력 등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3일 김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 행적도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1일 오전 KTX를 타고 주거지인 충남 아산에서 부산으로 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다시 부산역에서 KTX를 타고 울산역에 갔다가, 부산으로 돌아와 이튿날인 2일 가덕도로 향했다. 김씨는 지난달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장을 찾는 등 이전에도 이 대표가 참석하는 행사를 따라다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동선과 방문 목적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수사관 25명을 투입해 김씨가 운영해 온 충남 아산시 소재 부동산중개업소와 자택, 자동차 등을 압수수색해 PC와 노트북, 칼갈이 등을 압수했다. 혐의 입증을 위해 김씨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도 진행하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01년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명예퇴직한 김씨는 현재 부동산 사무실 월세가 5~6개월 밀린 상태라고 한다.

또한 김씨의 당적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찰은 김씨의 당적 확인을 위해 강제 수사에 들어갔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3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은 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여야 정당 중앙당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 당원명부에 김씨가 있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정당법에서는 범죄 수사를 위해 당원명부를 조사할 수 있는데 법원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제1야당 대표인 만큼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피의자 당적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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