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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등 신입생 첫 5만명대…“학급들 합쳐야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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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의 A초등학교는 올해 입학할 취학 대상 아동이 61명이다. 근처 아파트 재건축이 완료됐는데도, 신입생이 지난해(83명)보다 스무명 넘게 줄었다. 이 학교 교장은 “최근 지역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최소 한 학급을 줄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인 학년은 몇 학급을 합쳐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국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취학 대상 아동은 41만3056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국내 출생자 35만7771명에, 1년 넘게 취학을 미룬 과령아동 입학생과 조기 입학생, 국내 거주 외국인 등을 합한 수치다.

3월에 실제 입학하는 아동은 통상 이보다 적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초등학교 취학률은 94~96% 수준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초등 1학년 입학생은 39만 명 선으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세는 농어촌 지역뿐 아니라 대도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올해 서울의 취학 대상 아동은 5만9492명이다. 지난해 6만6324명 대비 10.3% 줄었다. 취학 대상이 5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40만 명을 유지하던 출생아 수가 2017년 35만7771명으로 급감한 뒤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7년 초등학교 입학 대상이 되는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2337명이다. 40만 명 선이 깨진 지 3년 만에 30만 명 선도 붕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저출산 여파로 해마다 입학생이 줄면서 학교 구조도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의 학년별 학생 수는 6학년 45만7674명, 5학년 46만9860명, 4학년 42만3680명, 3학년 42만3154명, 2학년 42만3153명, 1학년 40만1752명이었다. 학급 수도 6~1학년 순으로 2만3320개, 2만2157개, 2만109개, 2만14개, 2만226개, 1만9977개다. 학년이 낮아질수록 학생·학급 수도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학생 수 감소에 맞춰 교사 수를 줄일 계획이다. 교육부의 ‘중장기(2024~2027) 교원 수급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초·중·고교 교사 신규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최대 2359명(28%) 줄인다.

각 교육청도 신입생과 교사 수 감소에 대비해 관내 학급을 감축하기로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초등 150여 학급, 중학교 141학급, 고등학교 62학급을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충남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 중·고교 현장에 “6학급 이상 학교는 일률적으로 교사 1명을 감축하라”고 알렸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수는 줄었지만 학급 감축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늘어나는 모순적 상황을 우려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급이 하나 줄면 담임뿐 아니라 교과 교사까지 두 명 이상이 줄어드는 반면 업무량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학급당 학생 수가 40~50명에 달하던 시절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때보다 교실을 통제하기는 훨씬 어려워졌다. 학생 한두 명만 늘어도 부담은 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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