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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도권대 정원 25% 이상 ‘무전공 입학’ 선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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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교육부가 2년 뒤 대학입시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의 25% 이상을 ‘무전공 입학’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무전공 입학은 전공 구분 없이 1학년으로 입학한 뒤에 2학년 이후에 전공을 결정하는 입시 형태로, 현재 일부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 등의 명칭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1%가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안 시안(정책연구진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의 경우 2025학년도에 20% 이상, 2026학년도 25% 이상 무전공 입학생을 모집해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2학년 때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100% 자율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명시했다.

학생의 전공 선택 자율권 확대…“대학에 엄청난 변화”

교육부가 미국 명문 MIT 등에서 도입한 무전공 입학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나아가 학과·전공의 칸막이를 허물어 대학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0월 전공과 영역 간의 벽을 대학의 ‘기득권’이라고 규정하면서 “대학 정원의 30% 정도는 벽을 허물고 아이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줘야 한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안은 이 같은 교육부의 정책 방향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교육부는 무전공 입학으로 인기학과에 학생들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예전처럼 성적과 학과 정원 등으로 조율하지 않고 학생 선택을 반영해 주는 것을 핵심 목표로 정했다. 기존의 일부 무전공 모집이 학과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 성적순 등으로 배분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학생 선택권 보장과 학과 벽 허물기로까지 나가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단, 의대 등 보건의료와 사범 계열 등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으로 놓고 보면, 전공 선택 자율권이 보장된 무전공 입학은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인데, 내년 입시부터 20%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선택 못 받은 학과 교수들 노력 필요”

‘무전공 입학-100% 자율 전공 선택’의 절차를 거치는 해외 대학은 미국 브라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이 대표적이다. MIT는 무전공(undeclared)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2학년 때 아무런 조건 없이 전공을 선택하기 때문에 특정 전공에 신입생이 절반 이상 쏠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고 대학도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선택받지 못한 학과의 교수들은 다시 선택받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구조”라며 “우리나라 대학도 이 정도의 혁신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혁신지원 사업비 8852억원 중 3540억원을 각 대학의 교육혁신전략 평가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 형식으로 분배할 계획이다. 교육혁신전략 평가는 각 대학이 무전공 입학생을 얼마나 뽑는지, 학사운영을 얼마나 유연하게 개편하는지 등을 정량·정성 기준으로 평가한다. 4년제 일반대 중 기본역량진단 심사를 통과한 수도권대 51개교가 대상이다.

작년과 달리 올해 개편안 시안에는 수도권 대학의 경우 2025학년도와 2026학년도에 일정 기준 이상 무전공 입학생을 모집해야만 인센티브를 준다면서 두 가지 유형까지 제시했다.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한 후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자율 선택하는 방식(유형1)과, 계열·학부 등 단위 모집 후 단위 내 모든 전공을 자율 선택하거나 단위 내 전공의 150%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모집하는 방식(유형2) 등이다. 유형 1만을 선택할 경우 2025학년도까지 정원의 5% 이상, 2026학년도까지 정원의 10% 이상을 이 방식으로 무전공 모집해야 한다. 유형1과 유형2를 같이 선택할 경우 2025학년도까지 정원의 20% 이상, 2026학년도까지 정원의 25% 이상을 무전공 모집해야 한다. 유형 1과 유형 2를 같이 선택하는 게 대학의 선택권이 넓어져 구조 조정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 대학가의 분석이다.

대학 구조조정 신호탄?…대학들, 우려반 기대반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거의 없다시피 하던 무전공 입학이 내년부터 20%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 사립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의 경우 인기 학과 쏠림 현상으로 인해 아예 학생이 없는 학과가 생길 수도 있다”며 “반대로 한 학과로 지나치게 학생이 몰려 교수들이 학생 교육·관리를 제대로 못해 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교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인기 전공은 다 비슷할텐데, 해당 전공 학생들이 지나치게 많이 배출된다면 취업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사회적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게다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대학은 서울 주요 대학에서 더 많은 전공자가 배출되면 졸업 후 진로가 더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비인기 학과의 한숨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교수는 “몇십년 전 기사를 보면 ‘물리학과 좀 그만 뽑아라’는 내용이 나올 정도로 물리학과가 인기였는데, 지금은 비인기학과 중 하나”라며 “지금 인기학과라고 언제까지나 인기학과일 수 없는 것인데 모든 대학에 ‘취업 잘 되는 학과’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는 게 오히려 대학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지나치게 교육부 눈치를 보면서 학문의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사립대의 한 예체능학과 교수는 “관현악과 작곡, 피아노학과를 무전공으로 섞어서 뽑을 방법을 학교에서 생각해오라고 하더라. 무전공으로 뽑을 수 있는 전공에도 한계가 있는데 교육부 눈치를 보느라 무조건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서울 사립대의 또 다른 교수는 “등록금 인상이 제한돼 많아야 50억원 정도일 인센티브도 대학으로선 아쉽고 향후 다른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교육부 지침을 안 지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 “대학 전공 벽 넘어야. 최종안 1~2월 발표”

대학 내부적으로는 힘든 구조개혁을 교육부의 힘을 빌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인기·비인기학과를 넘어 지금 시대 또는 우리 학교와 맞지 않는 학과는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대학들이 많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대학 내실화를 이뤄내기 위해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기준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무전공 입학생을 모집하고 학사 제도를 유연화하려는 사립대들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컬대학 신청 94개교 중 47개교(50%)도 무전공 모집을 제안했다. 교육부 측은 “입학과 동시에 전공이 결정돼 졸업 학위까지 이어지는 단선적인 대학 교육 구조를 개선해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기 학과에 대해 충분히 모니터링해 교원을 유연하게 선발·배치하고, 학생뿐 아니라 교원도 전공의 벽을 넘어 실질적인 융합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학의 우려와 걱정,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대학, 교육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검토한 뒤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개편안 시안을 토대로 대학 의견을 수렴해 최종 계획안을 오는 1~2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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