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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형문제 비중 55%/대입 과목별 출제경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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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객관식도 사고력 요구… “쉽지는 않았다”/단순한 지식보다는 실생활에 관련된 내용들 많아/민주화·개혁 등 시사문제 많고 TV과외 80% 반영
91학년도 전기대입시 학력고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암기위주의 단편적 지식보다 교과내용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응용력·사고력 등 고등정신능력의 평가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밝혀졌다.
체력장 점수를 제외한 3백20점 가운데 93점을 차지하고 있으며 문항당 배점이 2∼4점으로 높아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관식의 경우 단순히 빈칸채우기에 불과한 완성형은 한 문제도 없었고 단구적 단답형과 서술형의 비율도 지난해 55대 45에서 올해에는 45대 55로 비중이 달라졌다.
가장 고도의 출제형태로 볼 수 있는 서술형의 비중이 더욱 높아졌다는 사실은 수험생들에게 「종합적으로 확실하게 알 것」을 요구한다는 의미가 된다.
○경제분야 문제 늘어
객관식의 경우도 한번 보고 바로 풀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었으며 여러차례에 걸쳐 깊이 생각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달라진 출제경향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시간부족을 호소하는가 하면 출제위원회가 『쉽게 출제했다』고 밝힌 과목에 대해서도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학력고사의 또다른 특징으로는 단순한 지식 자체보다 실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거나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사회과목에서 경제분야의 문제가 늘어났고 역사과목에서 근·현대사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으며 과학과목에서 생활주변의 현상들에 대한 출제가 많았다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이같은 출제경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 이는 대학에서의 수학능력 여부를 측정하고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체감 난이도는 높아
과목별로 보면 대체로 쉬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국어의 경우도 수험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교과서 밖의 지문이 40% 이상 출제돼 사고력에 의한 문제풀이를 유도했으며,영어도 총 50문항중 37문항이 독해문제로 문법·발음·어휘 등 지엽적 내용보다 문장 전체의 뜻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수학은 가장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것들을 출제한 것은 사실이나 최소한 두개이상의 기본원리나 공식을 응용해야만 풀 수 있도록 구성돼 출제위원회의 『평이하게 출제했다』는 공식 발표와는 달리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상당히 높았다.
국민윤리 및 사회과목의 경우 민주화·개방화 추세에 따른 시사성 짙은 문제들이 크게 늘어났다.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에서 제시한 통일국가의 수립절차」(국민윤리) 「원자력발전이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지리Ⅰ·Ⅱ) 「레저산업의 발달과 레저인구의 의식수준과의 불균형」(사회Ⅰ·Ⅱ)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국사의 경우 삼국사기등 사료를 인용해 출제하는등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었으며 지자제 시행 시기에 대해 묻는등 현대사에 큰 비중을 두었다.
특히 주관식 세문제가 모두 제한조건을 두지않은 서술형으로 출제돼 주관식의 취지를 가장 잘 살렸다는 평을 들었다.
과학과목에서도 기본원리와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와 이의 적용능력을 평가하는데 주안점이 놓여졌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봄부터 방송되고 있는 TV과외는 이번 입시에서도 많은 부분이 반영됐으며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깊이 있는 공부 필요
TV 과외를 맡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은 『TV과외 내용이 이번 입시에서 지난해의 77.5%보다 2.5%포인트 높은 80% 가량 반영됐다』고 밝혔으며 황재기 출제위원장도 『출제작업때 TV 가정학습 교재를 많이 참고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어쨌든 최근 출제경향의 변화에 따라 학생들은 앞으로 요점정리 위주의 「약은 공부」보다 전체적인 흐름과 의미를 확실히 파악하는 「우직한 공부」,눈으로 하는 「얕은 공부」보다 머리로 하는 「깊은 공부」를 해야 치열한 경쟁대열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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