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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핵무기는 더 이상 북한 주민 삶의 해법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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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북한이 새해를 맞아 대대적인 긴장 조성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제 폐막한 노동당 전원회의(8기 9차)에서 한국은 동족이 아니고, 통일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어제 북한 매체가 소개한 그의 발언은 어느 때보다 핵과 관련한 수위가 높았다.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현실적인 실체”라거나 “핵전쟁 억제력은 주저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방향에 맞춰 북한은 올해 내내 핵을 앞세운 긴장 고조와 전쟁 분위기 조성에 나설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다양한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핵 다종화를 통해 핵강국을 이뤘다며, 이를 김 위원장의 ‘치적’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김 위원장은 되새겨야 한다. 중국은 1970년대 덩샤오핑 주석이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앞세운 개혁·개방 정책의 결실로 G2 국가로 부상했다. 떠오르는 세계의 공장으로 꼽히는 인도 역시 1990년대의 핵 개발이 아니라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단행한 경제개혁으로 ‘잠에서 깨어난 코끼리’가 됐다. 모두 핵을 가지고는 있지만 핵의 덕이 아닌 거대한 개방적 국제질서와 경제개혁의 대세에 올라탔기에 민생의 향상이 가능했다. 세계 두 번째로 핵무기를 개발한 소련이 경제적으로 몰락하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쩔쩔매는 모습 역시 이를 대변한다. 끊임없이 핵무장을 추진해 온 이란은 세계 10대 원유 생산국이지만 국제적 제재 속에 심각한 경제난을 걱정하는 실정이다. 인도와 핵개발 경쟁을 벌였던 파키스탄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한반도의 8000만 주민 모두를 핵의 인질로 삼으며 공멸하자는 역사적 오류의 노선을 접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 평화와 공존, 공영의 길을 찾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