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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변화와 혁신으로 ‘피크 코리아’ 위기 돌파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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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인구 재앙, 과다 부채 등 예고된 위기 다가와

4월 총선, 무능·무책임·부도덕 정치 바꿀 계기

한·미 동맹 바탕 내실 있는 외교 적극 펼쳐야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청룡의 해인 갑진년 첫 아침이지만 대한민국의 발걸음은 가볍지 않다. 예고된 여러 위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멸의 위기가 그 하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 수준까지 떨어졌다. 인구 감소는 ‘지방 소멸’과 ‘국가 소멸’을 우려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취학 아동 급감, 병력 자원 부족, 생산가능인구 축소 등 한국 사회를 완전히 뒤바꿀 인구 재앙이 쓰나미처럼 덮쳐오고 있다.

부채 위기도 간단하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빚이 불어나면서 경제를 걱정케 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기업·정부 부채를 더한 한국의 총부채는 6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총생산(GDP)의 3배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 연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는 부채 위기의 일면에 불과하다. 올해도 한국 경제는 1~2%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외신에선 한국의 성장은 끝났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란 단어도 들린다. 체감경기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 경착륙을 막기 위한 최상목 경제팀의 선제적 관리가 요구된다.

소멸 위기도, 부채 위기도 갑자기 찾아온 병이 아니다. ‘예고된 미래’였다. 그간 정치권은 무기력하고 부도덕했다. 초저출산 해법, 치솟는 가계부채 대책을 놓고 여야가 언제 머리를 한번 맞댄 적이 있는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꺼냈을 때 국민적 기대가 컸다. 개혁을 통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노후 안전망이 튼실해지며, 공교육이 정상화한다면 어떤 난국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갖게 했다. 그러나 지금 3대 개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필수의료 시스템은 무너지고 전세 사기, 불법 사금융, 마약 확산 등 한국 사회 기반을 뒤흔드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자고 나니 도로 후진국’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여권의 무능도, 야권의 무책임도 더는 용납될 수 없다.

4월 10일엔 22대 국회의원 선거다. 민생을 등한시하고 진영 이익과 정쟁에 골몰해 온 정치 세력은 준엄한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변화를 거부하면 유권자가 투표로 ‘정치 쇄신’과 ‘정치 교체’를 실현하는 게 민주주의다.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바깥 상황도 녹록지 않다. 미국·유럽연합(EU) 등 민주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 비민주 진영의 대결이 격화하고 있다. 한반도는 그 대결의 최전선이다. 북한은 이미 중·러의 비호 아래 핵과 미사일을 한층 고도화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철벽같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억지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계속 다져나가야 한다. 한편으론 중국과의 거리가 불필요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관계 관리의 지혜가 필요하다. 한·중·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 등 내실 외교가 긴요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대처해야 한다. 중국에 치우친 전략물자 공급 루트를 다변화하는 노력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11월엔 국제질서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미국 대선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까지 고려해 대미 외교 채널을 총가동해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기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극복해 왔다. 해법은 변화와 혁신밖에 없다. 포퓰리즘은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4월 총선의 결과가 어떠하든 해묵은 한국병을 수술할 변화와 혁신에 온 나라가 전력하길 기대한다. 그래야 ‘피크 코리아’ 위기를 넘어 청룡처럼 비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