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회 교육 아이랑GO 구독전용

[아이랑GO] 가면에서 꺼냈다, 잘 먹고 잘살고 건강하고 싶은 마음

중앙일보

입력

아이랑GO

아이랑GO’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 숙제를 해야 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에는 오랜 세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썼던 가면, 과거부터 현대적 의미까지 가면의 가면을 벗겨봤습니다.

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 

가면은 얼굴의 일부 또는 전체나 머리를 전부 덮어 가리는 물건이다.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가면을 착용했다고 추정된다. 수렵이나 주술적 목적으로 썼던 가면은 차차 제례나 장례,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 범위가 넓어졌으며,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연극에 사용됐다.

국립민속박물관 ‘MASK: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 전시를 통해 가면의 의미와 가면극의 역할을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 한국의 말뚝이, 중국의 연개소문, 일본의 사카키오니 가면을 쓰고 탈놀이하듯 포즈를 취했다.

국립민속박물관 ‘MASK: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 전시를 통해 가면의 의미와 가면극의 역할을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 한국의 말뚝이, 중국의 연개소문, 일본의 사카키오니 가면을 쓰고 탈놀이하듯 포즈를 취했다.

옛사람들은 가면극을 통해 속마음을 드러냈다. 가면을 쓰면 맨얼굴로는 할 수 없는 말도 부담 없이 할 수 있고, 가면의 주인공 모습으로 꾸며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면을 쓰는 마음, 가면극에 담긴 바람을 살펴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다. 우리나라와 이웃인 중국·일본을 더해 동아시아 삼국의 가면 이야기를 담은 전시 ‘MASK: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이 열리는 곳이다. 하회별신굿보존회의 하회탈을 비롯해, 귀주성 나당희 가면, 빗추가구라 가면 등 한·중·일 삼국의 가면 220여 점을 선보인다.

가면은 우리말로 탈이라고 하며, 가면극은 흔히 탈놀이라고 일컫는다. 놀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가면극은 현실의 고난을 잊고 일상의 고통을 치유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전시를 기획한 오아란 학예연구사는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가면극은 대부분 조선 후기에 형태가 정립됐다”며 “지역별로 가면과 가면극의 이름·종류 등이 다양한데,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세 가지 있다”고 소개했다. 바로 지배층인 양반과 서민층 대표인 말뚝이가 대립하는 이야기, 파계승인 노장과 이를 혼내주는 취발이 이야기, 가부장제 사회에서 영감과 갈등하는 할미 이야기다.

경남 고성지역에서 전승되는 가면극인 고성오광대에 등장하는 양반 가면들. 다른 가면극에 비해 양반 가면 수는 많지만 한국 가면 특유의 풍자성은 약한 편이다.

경남 고성지역에서 전승되는 가면극인 고성오광대에 등장하는 양반 가면들. 다른 가면극에 비해 양반 가면 수는 많지만 한국 가면 특유의 풍자성은 약한 편이다.

조선시대 양반은 정치·경제·문화적 특권을 독점한 사회적 강자다 보니, 사회적 약자가 영웅으로 등장해 이들의 부패와 비리를 고발하는 풍자극이 발달했다. 여러 양반 가면들은 하나같이 작고 못생기고 얼굴색도 칙칙하고 눈·코·입이 삐뚤어졌거나 털이 잔뜩 났거나 병에 걸렸거나 한 모습이다.

반면 말뚝이는 종이나 다름없는 위치로 사회적 약자지만, 크고 강인한 얼굴로 표현된다. “여기 말뚝이 가면을 보면 다 다르게 생겼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일단 코가 참 크죠. 이는 힘이 센 것을 뜻해요. 빨간 얼굴은 귀신을 쫓는 벽사의 의미가 있죠. 혹 같은 것도 병이 아니라 강함을 표현한 거예요. 말뚝이 가면을 막 보면 무섭죠? 보고 두려워하라는 거죠. 서민들을 대표하는 말뚝이는 극 중에서 양반 계급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실체를 폭로하며 사회적 모순을 고발했어요. 그렇게 대리만족을 주다 보니 인기가 많았죠.”

동래야류에 등장하는 말뚝이 가면. 말뚝이는 양반에게 복종하는 척하면서 약점을 폭로하고 양반의 위선을 풍자한다. 국립민속박물관

동래야류에 등장하는 말뚝이 가면. 말뚝이는 양반에게 복종하는 척하면서 약점을 폭로하고 양반의 위선을 풍자한다. 국립민속박물관

노장과 취발이도 이와 비슷하다. “노장은 원래 불교에서 오래 불도를 닦아 나이 많고 덕이 높은 노승이에요. 종교계 정점에 있는 인물이지만 가면극에선 타락한 파계승으로 표현돼 노장 가면을 보면 시커멓고 음흉하죠. 이를 혼내주는 취발이는 말뚝이처럼 서민을 상징하며, 붉은 얼굴에 주름이 여럿 잡혔고 긴 머리카락으로 젊음과 힘을 표현했어요.”

강렬한 가면들을 지나자 축 처진 눈에 점이 가득하고 세월에 찌든 듯 불쌍해 보이는 가면이 나타났다. 할미 가면이다. 반면 영감 가면은 꽤 정상적인 얼굴로 표현됐다. “할미는 조강지처지만 영감에게 구박받고 핍박받고 배신당해요. 부당한 부부 관계에서 할미는 대항하죠. 일부 가면극에선 할미가 재산 분할 등 여러 요구도 하는데, 당시 강력한 가부장제 현실선 이뤄질 수 없는 거였죠.”

송파산대놀이·양주별산대놀이·오광대·야류·봉산탈춤·해서탈춤 등 다양한 가면극에서 양반은 말뚝이에게 비판받고 노장은 취발이에게 골탕 먹는 등 강자의 경우 빌런 취급을 받으며 약자에게 시종일관 당하지만, 마지막에는 모두가 한바탕 춤추며 퇴장한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바란 이상적인 사회를 보여준다.

‘MASK: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 전시를 기획한 오아란(맨 오른쪽) 학예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중국 가면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MASK: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 전시를 기획한 오아란(맨 오른쪽) 학예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중국 가면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가면극에선 풍자를 위해 과장되고 익살스럽게 표현된 가면을 쓰고 평범한 사람들의 설움과 한을 보여주고, 권력층에 불만을 쏟고, 사회적 통념을 뒤집으며 사회 비판적 저항의 메시지를 주지만 파국을 맞는 게 아니라 화해하고 함께 어우러지죠. 가면을 벗은 뒤엔 말 그대로 놀이판이 돼 관객들까지 한데 어울려 신명 나게 놀았어요. 다 끝난 뒤엔 탈소제라고 해서 가면을 태우며 나쁜 기운도 없애고 가슴속 응어리까지 함께 태웠죠. 삶의 힘든 부분을 해소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어요. 이게 한국 가면극의 특징입니다.”

우리네 삶이 진하게 녹아난 한국 가면·가면극과는 달리 중국의 경우 영웅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중국 가면극은 나희라고 하는데, 지역과 민족에 따라 나당희·지희·관색희·사공희 등 명칭부터 가면 종류와 형태, 극의 내용도 다채롭다. 역사나 소설, 민간 전설이나 신화, 민족의 시조·조상,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의 영웅이 나타나는 게 공통점이다. “영웅을 닮고 싶고 본받고 싶은 마음, 평범한 나도 저런 영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았죠. 형태적인 특징은 가면에 얼굴만 표현하지 않고 모자나 투구, 머리 모양과 장식, 뿔 등을 다 정성껏 만들었다는 거예요.”

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가운데 위)와 그의 세 제자 손오공(가운데 아래)·저팔계·사오정 가면.

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가운데 위)와 그의 세 제자 손오공(가운데 아래)·저팔계·사오정 가면.

일본의 가면은 크게 신사를 중심으로 한 가구라, 귀족 예능으로 계승된 노로 나눠 전시됐다. 일본 각지에서 전승되는 수많은 가구라는 대부분 농업·어업·수렵 등 생업·생산과 관련된 신에게 올리는 기도다. 오카야마현 빗추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빗추가구라에는 일본 신화 관련 내용이 들어가 아마테라스·아메노우즈메·스사노오 등 일본 신들의 가면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선 가면을 쓰고 신을 흉내 낸 것을 넘어 가면 자체도 신으로 모셔 신사에서 엄중하게 보관하고 가구라 때만 볼 수 있죠.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에서도 복제품을 전시해요. 이번 전시를 위해 어렵게 빌려왔죠.”

반면 노는 무대에서 오모테라고 부르는 가면과 의상을 갖추고 피리·타악기 반주에 가사를 붙인 우타이라는 성악에 맞춰 대사와 춤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몇 가지 오모테는 무대처럼 꾸며진 곳에 전시돼 실제 노를 관람하는 것처럼 영상과 함께 볼 수 있다. “일본 가면은 인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게 특징이죠. 얼굴이 비슷해 보일 때 사람과 귀신·괴물 가면 구별하는 팁을 알려줄게요. 눈을 잘 보세요. 주조는 젊은 사무라이로 헤이안 시대 귀족 남자 얼굴을 표현했어요. 강한 원한으로 죽은 사무라이의 영혼으로 등장하는 이야카시를 보세요. 눈동자 주변이 금색이죠. 이렇게 가면 눈동자에 금속 테두리가 있는지 확인하면 쉽죠.”

일본 가면극 노의 무대처럼 꾸며진 공간에선 노 영상과 가면을 함께 볼 수 있다.

일본 가면극 노의 무대처럼 꾸며진 공간에선 노 영상과 가면을 함께 볼 수 있다.

한국·중국·일본은 서로 다른 가면을 쓰고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쳤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적인 바람은 꽤 비슷하다. 사람들은 가면극을 통해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꿈꿨다. 1부에서 삼국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특징을 알아본 뒤 2부에선 풍요와 벽사를 바라는 가면을 모아 볼 수 있다.

교과서 등을 통해 한번쯤은 접했을 국보 하회탈은 마을의 번창을 기원한 하회별신굿탈놀이 가면이다. 이어 ‘벽사의 왕’ 사자 가면은 액과 악을 없애는 벽사의 힘을 가진 존재가 나타나 복을 주는 서사를 잘 보여준다. 한국 북청사자놀이의 사자는 가가호호 방문해 액을 쫓아내는데, 일본 이세다이가구라의 사자, 중국 사자패의 사자와 하는 일이 비슷하다. 속성은 비슷하지만 생김새는 사뭇 다른데, 한·중·일 사자를 한곳에서 만난 소중 학생기자단은 설명을 듣지 않아도 어느 나라 사자인지 바로 맞췄다. 오 학예사는 “지금 여러분처럼 전시를 보면서 한·중·일 가면의 특징을 알고 차이를 구별해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관람 팁을 전했다.

사자는 민간에서 악귀를 내쫓고 마을의 태평과 개인의 행복을 가져오는 역할을 했다. 사자 가면의 생김새는 각각 다르지만 이러한 역할은 한·중·일 삼국의 가면극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사자는 민간에서 악귀를 내쫓고 마을의 태평과 개인의 행복을 가져오는 역할을 했다. 사자 가면의 생김새는 각각 다르지만 이러한 역할은 한·중·일 삼국의 가면극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삼국의 가면을 보다 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는 미얄할미·맹강녀·가네마키 등 한(恨)이 서린 여인의 얼굴, 초랭이·진동·홋토코 등 웃음기 가득한 익살꾼의 얼굴, 연개소문·시라기오 등 중국·일본에 위용을 떨쳤던 옛 한국인의 얼굴들로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가면을 살펴본 뒤엔  밸런스 게임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탈도 찾아볼 수 있다. 오 학예사는 “지금은 옛날처럼 형태가 있는 가면을 쓰는 일은 별로 없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얼굴을 내보이는 것을 늘 가면을 쓰고 있다고 생각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잘 먹고 잘살고 건강하고 싶은, 탈놀이에 담긴 것과 비슷한 바람은 지금 우리도 갖고 있죠. 행복해지고 싶어서 가면을 썼던 마음을 우리도 잘 아는 만큼 이를 같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으로 표현한 가면극 또한 계속 이어나갔으면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MASK-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

기간: 2024년 3월 3일까지
장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37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종료 1시간 전 입장 마감, 1월 1일·설 당일 휴관)
관람료: 무료

아이랑GO를 배달합니다

아이랑고

아이랑고

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