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2살에 '아보카도 토스트' 대박…잘나가던 셰프, 성탄절 비보

중앙일보

입력

빌 그레인저가 시작한 아보카도 토스트는 이제 다양한 방식과 디자인으로 전 세계가 즐긴다. 중앙포토

빌 그레인저가 시작한 아보카도 토스트는 이제 다양한 방식과 디자인으로 전 세계가 즐긴다. 중앙포토

검색 창에 '아보카도'를 치면 수만개의 포스팅이 바로 뜨는 그 메뉴, 아보카도 토스트. 단순해 보이지만 이 요리는 이 셰프가 없었다면 세상에 없었다. 빌 그레인저. 지난 크리스마스에 54세로 세상을 떠난 그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호주 특유의 밝고도 쉬운 스타일을 요리에서 체화한 그레인저는 아보카도 토스트로 세계의 아침 식사를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BBC는 그를 "아보카도 토스트의 대부(godfather)"라며 "아보카도와 토스트를 결합하면서 맛있고도 손쉬운 아침 식사 또는 브런치 문화를 만들었다"고 추모했다. 제이미 올리버 등 유명 셰프들도 "요리계의 큰 손실"이라며 추모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레인저는 암 투병 중이었다.

그레인저는 원래 미술학도였지만 자퇴를 결심한 뒤 요리를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러다 22세에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 빌스(Bills)를 오픈했는데, 대박이 났다. 아보카도 토스트부터 리코타 치즈 팬케이크, 크리미한 스크램블드에그 등, 그가 내놓은 메뉴들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11년엔 영국 왕실의 초대로 버킹검궁에서 만찬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의 레스토랑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한때 "일본 가면 꼭 줄 서서 먹어야 하는 브런치 맛집"으로도 불렸다.

빌 그레인저(가운데 검은색 재킷 차림)가 2011년 버킹검궁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빌 그레인저(가운데 검은색 재킷 차림)가 2011년 버킹검궁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생전 자신의 부모님 덕에 요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말하곤 했다. 그의 아버지는 정육점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채식주의자였다. 아버지가 생업으로 하는 일과 어머니의 입맛이 상극이었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레시피를 실험하는 분위기에 어렸을 때부터 익숙했다고 한다.

NYT는 "그레인저는 다섯 살 때부터 부모님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서 침대로 가져다 드리는 일을 좋아했다"며 "다양한 레시피를 적은 자신만의 메모장도 있었던 어린이"라고 전했다. 고기를 다루는 아버지와 채식만 하는 어머니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한 셈이다.

아보카도 토스트. 송정 기자

아보카도 토스트. 송정 기자

그는 자신의 저서에 "셰프로서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는 할아버지에게서 빌린 3만 호주 달러(약 2600만원)를 갖고 식당을 차렸고, 아침 식사와 브런치에 주력하며 오후 3시엔 문을 닫았다. 일단 아침 식사 식당으로 수익을 내고 자산을 모은 뒤 저녁 식사와 주류도 취급하며 사업을 확장한다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레스토랑은 아침 식사와 브런치 전문으로 대박이 났다. 그는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아침 식사에 대해선 꽤나 보수적이었다"며 "그걸 바꾸고 싶었다"고 저서에 적었다.

그가 가진 '한 끗'은 디자인 감각이었다. 그는 저서에서 "미술학도였던 터라, 고객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그 감각을 활용했다"고 적었다. 여기에 호주식 밝은 감각도 한몫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그는 '호주'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를 요리와 레스토랑 디자인에 투영했고,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