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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인계도 천재" 14년 모건스탠리 이끈 고먼 CEO 퇴임

중앙일보

입력

제임스 고먼 모건 스탠리 최고경영자(CEO). 1월1일자로 물러난다. AP=연합뉴스

제임스 고먼 모건 스탠리 최고경영자(CEO). 1월1일자로 물러난다. AP=연합뉴스

"최고경영자(CEO)로 일한 거, 참 좋았다. 그런데, 더 이상은 싫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오는 1일, 2024년의 시작과 함께 모건스탠리 CEO로서의 14년에 마침표를 찍는다. 후임인 테드 픽 신임 CEO와의 인수인계도 원만히 마무리됐다. FT는 "은행 등 금융계의 후임 지명은 대개 부드럽게 이뤄지지 않는데, 고먼 CEO는 마지막까지 특유의 원만함으로 일을 마무리 지었다"며 "인수인계에도 천재임을 증명했다"고 평했다.

고먼은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월트 디즈니의 이사회로 옮겨 인생의 새 장(章)을 연다. 디즈니 이사회에선 밥 아이거 현 CEO의 후임을 찾고 교육하는 일에 조언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나의 이력의 끝이 새로운 시작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고먼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2024년의 경제전망이다. 내년에 대한 고먼 CEO의 평가는 일단 장밋빛이다. 그는 FT에 "내년은 시장의 해빙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거는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다. 고먼은 FT에 "(팬데믹 후)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얼어붙었던 시장은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다시 기지개를 펴고 날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모건스탠리 본사. AP=연합뉴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모건스탠리 본사. AP=연합뉴스

문제는 타이밍이다. 시장의 흐름에 맞춰 적극 투자를 해야할 타이밍은 언제일까. 경제매체 CNBC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고먼과 인터뷰에서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고먼은 즉답을 피하는 대신, 포커 게임 얘기를 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좋은 패가 없을 땐 리스크를 무릅쓰기 어렵다. 아무때나 올인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블러핑(bluff, 허세)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그것도 지나치면 위험하다. 반대로, 좋은 패가 있다면 과감히 지를 땐 질러야 한다. 포커 게임뿐 아니라 CEO로서 경영을 하고 투자 전략을 결정할 때도 그러했다. 사건사고는 벌어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미리 준비를 해두고, 과감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뉴욕 증권 거래소 전경. AP=연합뉴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뉴욕 증권 거래소 전경. AP=연합뉴스

고먼이라고 처음부터 이런 혜안을 갖고 있진 않았다. 고먼 자신도 CEO를 하면서 인간적으로 성장했다고 FT는 전했다. 고먼을 잘 아는 모건스탠리의 한 인사는 FT에 익명을 전제로 "14년 전의 고먼과 지금의 고먼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내향형 인간이었던 제임스가 굉장히 세련돼졌다"고 평했다. 고먼 자신은 CEO로서의 성적을 매겨보라는 FT의 주문에 "글쎄, A- 정도는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고먼은 CEO로서 괴로웠던 점에 대해 묻는 CNBC 앵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끊이지 않고 몰려오는 일의 파도." 무슨 말일까. 그는 이렇게 부연했다.

"CEO인 것은 마치, 바닷가에 서서 끊임없이 닥쳐오는 파도와 싸우는 것과 같다. 새벽 3시에도, 세계 곳곳에서도 파도는 몰려온다. 그 파도의 다수는 좋지 않은 뉴스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그런 일에 대응하는 게, CEO로서의 일이다. 즐거운 일도, 보람도 있지만, 14년 정도 했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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