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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1경원 불려라"…뼛속까지 '모건스탠리 맨' 새 CEO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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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본사 임원 회의실. 회의를 소집한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가 임원진에 참석 예정자가 아니었던 인물을 불렀다며 이렇게 말했다. "테드도 함께 참석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제 자리에 앉을 사람이니까요." 고먼 CEO가 자신의 후임으로 사내 후배인 테드 픽 공동대표를 낙점했음을 공표하는 순간이었다.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맞은 픽 신임 CEO 예정자에게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가 26일 전한 상황이다.

모건스탠리가 굴리는 총 자산 규모는 이 회사의 지난 7월 올 2/4분기 실적에 따르면 6조3000억 달러(약 8588조원)에 달한다. 금융계 전문매체 파이낸셜 플래닝은 지난 7월 "모건스탠리의 목표 운용 자산 규모는 10조 달러"라며 긍정적 전망을 전했다. 픽 신임 CEO 예정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 고객들이 맡긴 8588조원을 약 1경이 넘는 규모로 키워낼 책임을 지게 됐다. 그는 올해 54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의 새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 로고. 2010년 금융위기에 휘청였으나 리더십으로 돌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건스탠리 로고. 2010년 금융위기에 휘청였으나 리더십으로 돌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건스탠리의 오늘은 현 CEO인 고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먼 이전과 이후로 모건스탠리의 DNA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먼이 CEO직을 맡은 14년 전, 모건스탠리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직격타를 맞았다. 90억 달러 긴급 수혈을 받아야 할 정도로 기업이 휘청였다. 그러나 고먼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사업을 다양한 부문으로 확장하며 인상적인 성적표를 냈다. 위기였던 회사를 1경원을 바라보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데는 그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

그런 그가 올 5월, 연말 퇴임 계획을 밝히며 불이 붙은 후임 인선 레이스는 픽을 포함한 3파전이었다. 이 중 테드가 낙점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돌파한 실적 덕분이다. 2010년 금융위기 당시엔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세일즈&트레이딩 부문의 글로벌 총책임자로, 팬데믹 기간 중엔 주식과 채권의 글로벌 시장 및 리서치를 총괄하는 기관증권그룹 부문장으로 인상적 성과를 일궈냈다.

모건 스탠리의 신임 CEO로 내정된 테드 픽. [모건 스탠리 홈페이지]

모건 스탠리의 신임 CEO로 내정된 테드 픽. [모건 스탠리 홈페이지]

무엇보다 고먼 현 CEO의 오른팔로 일해왔다는 점도 플러스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먼 CEO는 호주 출신으로 시티그룹 등 다양한 금융기업에서 일하다 2007년 모건스탠리의 공동대표가 됐다. 반면 픽은 뼛속까지 '모건스탠리 맨'이다.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직후 모건스탠리에 1990년 입사한 뒤 30년 넘게 일했다. 고먼 CEO의 연착륙에 픽 예정자가 역할을 했다는 건 모건스탠리 내에선 주지의 사실이다. 고먼 CEO는 이후 블룸버그에 "테드는 모건스탠리를 속속들이 잘 안다"며 "나의 뒤를 잇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픽 예정자도 고먼에 대해 "오늘날의 모건스탠리를 만들어낸 인물"이라며 "그가 떠난다고 해서 기업의 전략이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그의 기조를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픽 예정자는 미들버리 칼리지를 우등으로 졸업했고, 20대부터 일찌감치 금융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금융뿐 아니라 문화 쪽에도 관심을 두는 치밀한 면모도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부유층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문화적 소양도 필수여서다. 뉴욕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의 이사회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한편 이번 모건스탠리 인사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픽 예정자에 밀려난 두 후보가 회사에 잔류하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CEO 인선 레이스에서 패배하면 기업을 떠나는 게 전통인 데, 다른 두 후보가 예정자를 보좌하는 직책을 맡기로 했다는 것이다. 고먼 CEO는 "이들이 남기로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신임 예정자에 대한 존중과, 기업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잔류에 고먼 CEO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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