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을 나타냈다. 고물가 흐름이 이어졌다. 3%대 초반대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은 빗나갔다. 외식 등 서비스가격 오름세가 여전한 데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역대 최대 폭으로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19년 만에 2년 연속 3% 이상 올라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지난해(5.1%)보단 소폭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올해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가장 최근 연도는 12년 전인 2011년(4%)이다. 2년 연속 물가가 3% 이상 오른 것도 2003년(3.5%)∼2004년(3.6%) 이후 19년 만이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물가상승률이 0~1%대였다.
이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2% 오르며 올해 마지막 달까지도 3%대 고물가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 1월엔 물가상승률이 5%에 달했지만, 점차 낮아지면서 6월(2.7%)과 7월(2.4%)엔 2%대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8월 3.4%로 다시 오른 이후 5개월째 3%대 상승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가·과일 변수에 전망치 웃돌아
정부 전망은 빗나갔다.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하반기 물가가 빠르게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보면서다. 그러나 9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등 변수가 나타났다. 거기다 농산물 등 먹거리 물가까지 급등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뚜렷한 물가상승 둔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를 전망한 시점에선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모두 내려가는 시점이었다. 기후 문제로 인해 과일 가격이 하반기에 예상보다 크게 오른 것도 큰 변수로 작용했다”며 “국제유가는 다시 하락하면서 안정세를 찾았고, 근원물가는 꾸준한 둔화 추이를 보이고 있어 내년 물가 상승률은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와 공공요금이 견인
품목별로 봤을 때 올해 물가상승을 견인한 건 개인서비스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다. 개인서비스 가격은 전년보다 4.8% 오르면서 전체 물가상승률(3.6%)의 1.6%포인트를 기여했다. 개인서비스는 외식과 미용·세탁과 같은 생활서비스로 구성된다. 고금리로 인해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한 번 오르면 떨어지지는 않는 서비스 가격 특성이 반영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1년 전보다 20% 올랐다. 전체 물가상승률의 0.68%포인트를 공공요금 인상이 기여했다. 한국전력의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인상한 영향이다. 전기·가스·수도 가격의 경우 관련 항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올해가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내년 완만한 둔화 이어질 듯”
11월부터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건 긍정적 신호다. 물가 상승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여서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농산물 가격이 점차 안정되고 유가가 다시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물가상승률은 앞으로 둔화 추세를 완만히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