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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통령비서실장 교체, 민심 반영과 국정 쇄신 계기 되기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신임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김대기 비서실장(맨왼쪽)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신임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김대기 비서실장(맨왼쪽)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예스맨’ 비서실 못 벗어나면 정권 지지율 반등 어려워

연금개혁 등 본격화, 정상 외교 후속 조치로 성과 내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안보실장 등 핵심 참모 세 자리를 바꾸는 인선을 했다. 1년7개월여 동안 대통령을 보좌해 온 김대기 비서실장의 교체가 가장 눈에 띈다. 김 실장은 정무감각을 지닌 경제 전문가로 꼽히며 비서실을 총괄해 왔다. 하지만 국정 운영 지지율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엑스포 유치 실패 등이 이어지면서 교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여당에만 내년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 등 희생을 요구할 게 아니라 대통령실에서도 국정 난맥에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기류가 국민의힘 내부에 있었다. 강서구청장 보선의 김태우 후보 공천이나 엑스포 관련 정보 수집 및 판단 실패 등과 관련해 김 비서실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최근에는 김 비서실장이 자신의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인사 개입설을 담은 정보지 제작·유포자를 수사 의뢰하는 일까지 있었다.

후임 비서실장으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옮겨 다음 달 업무를 시작한다. 이 내정자는 대통령비서실장의 책무가 무엇인지부터 숙고하기 바란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무른 가장 큰 이유는 민심과의 괴리 때문이다. 경제 위기로 일상을 힘겨워하는 국민에게 이념에 치우친 메시지가 전해지는 등 엇박자가 났던 것은 대통령실이 시중 여론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 ‘예스맨’ 노릇만 했기 때문이다. 신선하지 못한 고위직 돌려막기 인사와 잇따른 검증 실패의 대책을 마련하고, 인재 풀을 대폭 넓혀야 한다. 수직적 당정 관계의 조정 과정에서도 비서실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

정책실장에 발탁된 성태윤 교수에 대해 대통령실은 부처 정책 자문에 참여해 와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경제·사회·과학 정책 등을 총괄하는 자리여서 정책 실무 경험이 없는 그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이다. 그간 만 5세 조기 입학, 주 69시간제 등 설익은 정책으로 논란이 일었고, 총선 선심성 정책까지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만큼 성 내정자가 경제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노동·교육·연금개혁 추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정원장에 지명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후임으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내정돼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외교안보 라인은 새 진용으로 짜였다. 북한의 도발 우려가 높은 만큼 소통과 조율을 통해 신속한 위기 대응 체계를 갖추고 경제, 핵 억제, 한·미·일 협력 등 정상 외교의 후속 조치를 구체화해 실질적 성과를 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