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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동북아 안보 주요 변수로 떠오른 7광구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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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명자 KAIST 이사장·전 환경부장관

김명자 KAIST 이사장·전 환경부장관

국내 정치 논쟁이 여론을 압도하는 가운데, 한때 대중가요와 SF영화로 알려졌던 7광구(제주도 남쪽과 규슈 서쪽 사이 동중국해 대륙붕) 이슈가 한일관계와 동북아 안보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8년 종료되는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하 협정)에서 어느 한쪽이 2025년 6월부터 협정 종료를 서면 통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협정 발효 이후 국제기준이 일본에 유리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7광구의 발단은 1969년 유엔아시아극동경제개발위원회가 펴낸 ‘에머리(K. O. Emery) 리포트’가 동중국해 대륙붕에 세계 최대 석유자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 데서 비롯된다.

7광구 협정 종료 서면통보 임박
국제기준의 변화로 험로 예상돼
해양경계 획정에서 중국이 변수
평화·공존 위한 대화 노력 필요

때마침 1969년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서독·덴마크·네덜란드 사이의 해양경계 분쟁에서 기존의 중간선 원칙 대신 대륙붕 자연연장설로 기준을 바꿔 판결한 해였다. 우리 정부는 1970년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제정하고, 제주 남방 200킬로미터 수역을 포함해 대륙붕 광구 7개를 설정한다. 일본·중국·대만도 나서 17개 광구가 난립한다. 이후 한일협상 진행 결과 1974년 한일공동개발구역(JDZ) 관련 협정이 체결된다. JDZ의 90%가 자국 쪽에 위치하면서도 일본은 당시의 국제기준을 따르게 된 것이다.

광구는 영토 개념이 아니라 해양자원을 탐사·개발할 수 있는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구역을 가리킨다. 협정은 일본의 특별법 제정으로 1978년 발효돼 2028년 6월 22일까지 50년간 7광구를 공동개발하기로 한다. 이후 1987년까지 8년간 광구탐사권(개발권은 별도로 30년)을 받은 기업들이 7개 공구에서 시험굴착한 결과 약간의 가스 징후가 발견되기도 했으나(1980, 81년) 실패도 있었다(1984~86년).

그 사이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체결에 의해 획정 기준이 다시 대륙붕 자연연장설에서 중간선 원칙으로 바뀐다. 그로써 연안의 200해리까지 경제적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설정되고, 1994년 이후 국경에서 400해리 미만 수역에서의 EEZ와 대륙붕의 경계 획정에 중간선 거리 원칙이 적용된다(2018년 동티모르-호주 대륙붕 분쟁 사례).

1986년 일본은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7광구 탐사작업에서 철수했다. 이후 양국은 7광구 소구역 재조정으로 1991년 BP가 한국측 사업을 맡기로 했지만, BP는 1차 탐사자료를 근거로 1993년 탐사권을 포기했다. 2000년 이후 양국은 협정이행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한국석유공사와 일본석유공단이 운영계약을 체결한다. 2002년 가장 유력한 2소구에서 3D 탄성파 탐사를 시행했으나, 유망구조 5개소 합산 결과 당시 기술로서는 경제성 미흡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다시 공동탐사 중단을 선언한다. 기술 수준 미흡으로 외국기업에게 조광권을 부여한 한국과 달리 자국 기업의 신청을 받기로 한 일본은 기업의 참여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2004년 미국 우드로윌슨센터는 동중국해의 석유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반이라는 등의 보고서를 발표한다. 그러나 에머리 리포트와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탐사작업이 난항을 겪고 정보도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 7광구는 양국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결국 협정종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JDZ 해저 에너지 자원의 부존 여부와 경제성 평가는 미해결 과제로 남았다.

동중국해 분쟁의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이다. 2006년 중국은 JDZ 인근 춘샤오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에 반발한 일본은 협상 끝에 2008년 7광구 서쪽 860미터 떨어진 곳에 중일공동개발구역을 약정하게 된다. 그러나 2010년 협상은 중단된다. 현재 중국이 가동하고 있는 해상유전은 7광구 인근에 4개소다.

7광구 협정종료 서면통보 시한이 다가오면서, 일본의 선택이 초미의 관심사다. 획정 기준이 자국에 유리하게 바뀐 상황에서 일본이 옛날 협정의 연장이나 새로운 협정 체결에 선뜻 응할지 불확실하다. 협정이 종료되면 한일 양국의 해양경계는 1974년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가고, 중국 변수가 크게 작용할 것이다. 한국은 2027년 3월 3일 대선 일정이 잡혀있다.

그 가운데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필리핀의 갈등이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는 뉴스가 잇따르고 있다. 동중국해의 JDZ는 중국이 관할권을 주장하는 대륙붕 수역과 겹친다. 이상적으로는 한중일 공동탐사개발이 답이 될 것이나,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현실성은 불확실하다. 게다가 JDZ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에게도 중요한 전략적 공간이다.

이래저래 관련국들이 더 이상 ‘조용한 외교’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평화와 공존을 위해 동북아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안보 현안인 대륙붕 협정 논의는 건설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다각적 시나리오에 대한 당사국 사이의 공조는 물론 주변국과 대화·협력하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안보 위협을 슬기롭게 해소해야 할 것이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전 환경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