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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라이프톡

슬픈 이선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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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오병상의 라이프톡

오병상의 라이프톡

“빨간 모자를 눌러쓴/ 난 항상 웃음 간직한 삐에로/ 파란 웃음 뒤에는/ 아무도 모르는 눈물”

1990년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부르던 가수(김완선)는 폴짝폴짝 토끼 춤으로 숨을 몰아쉬면서도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웃음 뒤, 아무도 모르는 눈물과 같은 페이소스가 대박의 비밀코드다.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감정선이 예민해야 한다. 섬세한 감정전달로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해야 하는 업(業)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감정의 기복이 크고 흔들리기 쉽다. 더욱이 최근 K 컬처의 부상으로 연예인들이 가진 것도 많아졌다. 상실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지게 마련이다. 출렁이는 환호에 맡겨진 운명인지라 작은 불운에도 스스로 무력하다고 느끼기 쉽다. 불안은 두려움을 거쳐 공포로 자란다. 공포는 공격성으로 전환되며 막다른 상황에선 스스로를 공격한다.

배우 이선균의 죽음에 피에로가 떠올랐다. 일반인이었다면 주목받지 않았을 것이다. 마약 복용이 확인되더라도 단순 초범인지라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이선균에겐 날개 없는 추락이었다.

더욱이 이선균은 시종일관 자신이 피해자임을 호소했다. 유흥업소 종업원의 꼬임에 넘어갔고, 협박에 시달려 3억5000만원을 뜯겼다고 주장했다. 통화내용 등으로 미뤄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그를 유죄로 단정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