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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원청대표 첫 실형 확정…한국제강 대표 징역 1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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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된 지 2년 만에 원청업체 대표에게 처음으로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중대재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성모 대표와 회사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각각 징역 1년, 벌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3월 경남 함안 한국제강 공장에서 60대 협력업체 근로자가 보수작업 도중 1220㎏ 무게의 방열판(기계의 열을 식히는 장치)이 떨어지면서 깔려 사망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원청업체인 한국제강 법인과 대표 성씨, 하청업체 대표 강모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인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지웅)는 올해 4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성 대표에게 징역 1년, 한국제강 법인엔 벌금 1억원, 하청업체 강 대표에게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한국제강과 성 대표 및 검찰이 항소하면서 이어진 2심도 항소 기각, 마지막으로 이날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하급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이 이 사건을 대법원까지 올린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다른 죄명과 어떻게 경합해 처벌할지’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를 상상적 경합범으로,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실체적 경합범으로 더해 기소했다.  실체적 경합범은 가장 무거운 법정형을 기준으로 0.5배를 가중할 수 있다. 반면에 본질적으로 하나의 범죄행위에 여러 법률을 위반한 경우(상상적 경합범)엔 그중 가장 무거운 형만 적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법정형이 가장 무거웠다.

검찰은 1심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은 다른 죄와 별개로 실체적 경합관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성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동일한 보호법익’(생명) ‘동일한 결과(사망)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 ‘동일한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다른 죄와 함께 상상적 경합관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고,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없던 시절엔 사업장 내 사망사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를 ‘상상적 경합관계’로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였다.

이번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추가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는 사실상 모두 동일한 행위에 대한 여러 죄명이어서 상상적 경합관계로 봐야 한다”고 대법원이 정리한 것이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을 ‘실체적 경합’이 가능한 별개의 죄로 본다면, 과거 산업재해로 처벌받은 사업주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다시 처벌할 수도 있지만 과거 사건에 대한 재처벌 가능성을 제거한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사고 이후, ‘원청 업체에 책임을 묻자’는 논의 끝에 2021년 만들어져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이 만들어진 계기였던 태안화력 사건은 정작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아, 태안화력 대표는 지난 7일 대법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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