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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작은 중견·중소 건설사 “PF 만기연장 안되면 어쩌나”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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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은행 지원이 막힐까 봐 걱정이 큽니다. 당장 금융권에서 태영건설보다 규모가 작은 중견·중소 건설사에 대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을 꺼릴 수 있어서요.”

28일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태영건설 악재가 도미노처럼 번질까 두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공능력 16위의 태영건설이 이날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자 건설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지는 분위기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앞으로 태영건설 협력업체로 위험이 확산하고, 해당 업체를 낀 사업장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며 “이래서 한 군데가 무너지면 그 파장이 업계 전체에 퍼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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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선 대형 건설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시공능력 50위권 아래 중소 건설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PF 대출 부실과 관련해 우선 지원에서 ‘옥석 가리기’로 정책 방향을 튼 것도 부담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최근 3~4년 새 주요 건설사들의 PF 대출 보증 규모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자체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 보증이 존재하는 16개사의 PF 보증액은 총 28조3000억원이었다. 2019년 15조6000억원이던 PF 보증은 이듬해 16조1000억원, 2021년 21조9000억원, 지난해 26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건설사 합산 PF 보증 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신용평가]

건설사 합산 PF 보증 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신용평가]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착공·분양으로 이어져 문제가 없지만, 불황 국면에서 시행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PF 대출을 보증한 시공사가 채무를 떠안게 된다. 이게 부동산 PF 우발채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리스크가 큰 시행사에 대해선 보증을 잘 안 하는데, 중견 이하 건설사는 그렇게라도 안 하면 수주하기 어려우니 보증을 서는 사례가 많다”며 “2~3년 전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 태영건설처럼 무리하게 PF 대출 보증을 한 곳은 상황이 악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요 건설사들은 자금경색 우려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게 돌아갔다. 시공능력 30위권 한 건설사 임원은 “PF 사업장에 대한 검토를 거쳐 사업성이 확실한 곳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건설 산업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며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지방업체가 더 취약한 만큼 이를 고려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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