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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아내는 "살아줘서 고마워" 남편은 "살려줘서 고마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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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작은별부부 '암전쟁 955일' 

권혁재의 사람사진/ 작은별 부부 (강애리자 박용수)

권혁재의 사람사진/ 작은별 부부 (강애리자 박용수)

"11월 15일, 정말 진짜 진짜 행복한 오늘입니다!
항암약물치료 하느라 2021년 4월 5일 가슴에 심었던
케모포트(혈관에 심는 포트)를 드디어 955일 만에 제거했습니다.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납니다. 같이 축하해주실 거지요?"
이는 작은별부부로 활동하는 강애리자 씨가 SNS에 밝힌 남편 근황이다.

무려 955일 만에 제거한 케모포트, 눈물 나고 웃음 날 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올해 12월 마지막 ‘사람 사진’으로 이 부부를 선정했다.
2021년 7월, 중앙일보 독자 서비스 ‘인생사진 찍어드립니다’에 등장한
이 부부의 간병기와 투병기의 완결판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2021년 6월에 촬영한 작은별 부부 사진이다. 당시 독한 항암치료 중이었건만 부부는 내내 싱글벙글했다. 강애리자 씨는 남편을 어떻게든 살려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박용수 씨를 목말 태우는 포즈를 취했다.

2021년 6월에 촬영한 작은별 부부 사진이다. 당시 독한 항암치료 중이었건만 부부는 내내 싱글벙글했다. 강애리자 씨는 남편을 어떻게든 살려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박용수 씨를 목말 태우는 포즈를 취했다.

박용수 씨의 췌장암 진단은 2021년 3월 29일 오후 세 시였다.
췌장암 4기, 간 전이, 여명 육 개월에 항암치료마저 불가한 상황,
이틀 내내 울다 지칠 즈음 강애리자 씨는 다짐했다.

“췌장암 따위 물어뜯고 씹어 삼켜서라도 꼭 남편을 살려야겠다”라고…
강애리자는 이렇게 췌장암과 전쟁을 선포하며 남편 살리기에 돌입했다.
“남편에게도 말했습니다. 나만 믿으라고요.
다행히 남편도 힘을 냈습니다.
의지를 보이니 의사 선생님이 항암치료라도 한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지푸라기라도 잡듯 기적처럼 시작한 항암치료, 2주에 한 번꼴이었다.
음식을 못 먹고, 억지로 먹어도 다 토해내는 항암치료건만,
부부는 이 또한 희망이라며 웃음 지었다.
'인생사진' 촬영차 중앙일보를 찾은 부부는 뭘 해도 싱글벙글했다.
독한 항암치료 중이었는 데도 그랬다.

이 시도 때도 없는 웃음으로 인해 당시 '인생사진' 제목이
‘웃음이 췌장암 씹어버렸다, 부부의 기적은 진행 중’이었다.

지난해 말 촬영한 작은별 부부. 고백하자면 이 부부의 사진을 다시 찍게 될 줄 몰랐다. 이는 박용수 씨의 병이 얼마나 위중한지 알기 때문이다. 그 고초를 이겨내고 카메라 앞에 선 부부, 어느새 그들은 누군가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되어 있었다.

지난해 말 촬영한 작은별 부부. 고백하자면 이 부부의 사진을 다시 찍게 될 줄 몰랐다. 이는 박용수 씨의 병이 얼마나 위중한지 알기 때문이다. 그 고초를 이겨내고 카메라 앞에 선 부부, 어느새 그들은 누군가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되어 있었다.

박용수 씨의 항암치료는 올해 3월 30일 마침표를 찍었다.
항암치료 43차례만이었다.
강애리자 씨는 암 치료 중인 이들을 위해 간병기를 책으로 엮었다.
『살려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라는 제목, 부부의 마음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