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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못 멈추는 반도체 전쟁…인텔, 이스라엘에 32조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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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연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향후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연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향후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스라엘에 250억 달러(약 32조5000억원)를 투자해 새로운 생산시설을 짓기로 합의했다. 하마스와 전쟁이 한창인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서 재기를 노리는 인텔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한때 ‘반도체 제왕’으로 불리던 인텔이 최근 공격적으로 전 세계 생산기지 확장에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 판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인텔은 이스라엘 남부 키르야 갓 지역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 팹38을 건설하기로 이스라엘 정부와 합의했다. 이번 투자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다. 인텔은 “글로벌 공급망을 탄력적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인텔의 주가는 5.2% 급등한 50.50달러로 마감하며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새로 지을 이스라엘 공장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지역 주민 수천 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인텔은 총 투자의 12.8%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받는다. 향후 10년간 이스라엘 공급업체로부터 600억 셰켈(21조4970억원) 상당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조건이다. 인텔이 납부할 법인세율은 7.5%다.

인텔은 ‘테크 허브’로 불리는 이스라엘과 인연이 깊다. 1974년 이스라엘에 반도체 디자인 센터를 건립한 이후부터 인텔은 이곳을 중동 지역 생산기지로 구축해왔다. 지난해 기준 인텔의 이스라엘 매출은 8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스라엘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해당한다.

새 공장이 들어설 키르야 갓 지역에서 인텔은 팹28을 비롯해 4개의 개발·생산 공장을 운영하며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고 있다. 하마스 분쟁 지역과의 거리는 30㎞에 불과하다. 베잘렐 재무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이 절대 악과 전쟁 중인 시점에 이런 투자 결정은 이스라엘 경제를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유럽 등 세계 각지에 반도체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300억 유로(약 42조918억원)를 투입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역사상 외국기업 투자 중 최대 규모로 화제를 모았다. 같은 달 폴란드에도 최대 46억 달러(5조96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후공정 시설을 짓는다는 소식이 공개됐고 지난해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칩 제조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최대 1000억 달러(129조5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투자 전략은 2021년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복귀하면서 내세운 ‘종합반도체(IDM) 2.0’의 일부다. CPU 강자로만 머무르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졌던 인텔은 설계·제조·패키징 부문을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서 선두 기업들과 경쟁할 만큼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다. 노스랜드 캐피탈 마켓의 거스 라차드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인텔은 미래의 대부분을 파운드리 사업의 성공에 걸었다”며 “만약 인텔이 파운드리를 분사한다면 기업가치는 즉각 1000억 달러(약 130조원)를 넘어설 수 있으며 삼성전자를 뛰어넘고 TSMC에 이은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인텔이 경쟁사를 제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게 곧바로 수주로 연결되는 건 아닌 만큼 향후 인텔이 경쟁사에 비해 얼마만큼 기술력에서 치고 나갈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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