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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수학, 수능서 빠져…대학들 “미적분부터 가르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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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치를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선 선택과목 제도가 폐지되고, 모든 학생이 같은 국어·수학·탐구 시험을 치른다. 고교 내신 성적은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되 구분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뀐다.

27일 교육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8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안을 확정·발표했다. 수능은 전 과목이 공통과목 위주로 간소화된다. 현 수능은 국어에서 언어와매체, 화법과작문 중 하나를 고르고, 수학에서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 등 하나를 선택하는 체제인데, 앞으로는 모든 학생이 같은 국어·수학 시험을 치르게 된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역시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과학을 치러야 한다.

1994년 첫 도입 이후 과목 선택권을 계속 확대해 온 수능이 통합형으로 돌아간 이유는 선택의 ‘역설’ 때문이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적 유불리가 심해졌고, 이과 수학(미적분) 선택자가 유리한 표준점수를 받게 되면서 이과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의 인문계 학과에 진학하는 ‘문과 침공’ 문제가 불거졌다. 교육부는 “선택과목에 따라 발생한 유불리 현상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문·이과의 통합을 구현해 융합 학습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도입을 검토했던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 과목은 신설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심화수학 신설로 사교육이 유발되고 학생·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고교 내신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성적을 함께 기재하되 기존 9등급제는 5등급제로 완화된다. 개편에 따른 내신 등급별 비율은 1등급 10%, 2등급 24%(누적 34%), 3등급 32%(누적 66%), 4등급 24%(누적 90%), 5등급 10%(누적 100%)다. 1등급 비율이 기존 9등급제에서 1·2등급을 합친 비율(11%)과 비슷해졌다. 사회·과학 융합선택 9개 과목은 절대평가를 적용한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이공계에선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능 범위에서 이과 수학인 미적분Ⅱ와 기하가 빠졌기 때문이다. 한 사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대학 1학년이 듣는 일반 물리 1·2 과목은 교재 자체가 미적분을 안다고 가정하고 쓰인 것”이라며 “미적분까지 대학에서 가르친다고 하면 수업 과정이 5년제로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수학과 교수는 “첨단 인재 양성이라는 국가적 목표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우수학생 변별을 위해 면접이나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수시에서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면접 전형에서는 미적분 등 심화 과목의 지식을 묻고,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전공 연계 과목 이수 여부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입시안을 안착시키기 위해서 대학 입학처장과 교육감, 교사 등의 입장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부총리는 향후 심화수학 포함 여부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고, 이 방향으로 계속 수학 교육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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