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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징글벨’…‘비욘드 유토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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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캐럴 ‘징글벨’이다. 1957년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에 맞춰 발표됐던 이 곡은 유치원생도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경쾌한 가사로 성탄 단골 노래가 됐다.

북한에 처음 전파된 캐럴도 ‘징글벨’이라고 한다. 1979~81년 인기를 끈 20부작 첩보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성탄 파티 장면에 나왔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단숨에 전파됐다. ‘이름 없는 영웅들’은 한국전쟁 시기를 무대로 반전을 거듭해 ‘북한판 007’로 통하는 시리즈다.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는 북한에선 크리스마스가 금지됐지만, 이후 해외 유학파·무역업 종사자 등을 통해 성탄절 문화가 퍼지는 걸 막을 순 없었던 모양이다. 남파 간첩의 활약을 그린 영화가 오히려 바깥 문물을 전파했다. 필연적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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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탈북 소설가 설송아씨는 실제 경험에 기반한 신작 소설에서도 사회주의 체제를 뚫고 부상한 북한 여성 자본가들을 그렸다. 막는다고 막을 수 없는 게 생존과 자유를 향한 갈구다.

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예비 후보에는 북한 정부가 주장하는 ‘지상낙원’을 탈출한 5명의 가족의 참혹한 탈북 과정을 담은 미국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사진)가 선정됐다. 이 작품의 계기가 된 자서전 『나의 일곱 번째 이름』을 쓴 탈북민 이현서씨는 17세에 압록강을 건너 북한의 열악한 실태를 알리는 인권운동가가 됐다. “떠난 후에야 비로소 내 나라가 악의 대명사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그의 바람은 “북한이 더 나은 나라가 되는” 것. 그 꿈의 실현이 너무 늦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