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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엔터프라이즈AI에 도전하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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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호 31면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지난해 말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2023년 일 년 내내 젠(Gen·Generative)AI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오픈AI 이사회가 CEO 샘 올트먼을 11월 17일 해고한 후 닷새 만에 그가 CEO로 복귀한 해프닝도 이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기계에 학습시켜 만든 대형언어모델(LLM)로 기계가 사람과 대화하며 진화하는 서비스를 세상에 퍼트린 오픈AI와 이 과정을 이끈 올트먼의 공로가 크다. 대학 중퇴 후 다양한 경험을 쌓은 30대의 아웃라이어 올트먼이 CEO가 아니었다면 오픈AI가 이런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수가 있었을까?

개인사용자가 주관심사였던 젠AI
프로세스의 파괴적 혁신 가능성 커
기업과 국가 경영에도 중요한 수단
스타트업들의 이 분야 도전 기대

선데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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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는 젠AI 연구에서 가장 앞섰던 저력을 가진 구글 알파벳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구글이 바드(Bard), 제미나이(Gemini)로 챗GPT를 추격하는 과정을 보면 기존의 관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형적인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진 대기업의 모습이다. 구글은 10년 전 벤처기업 딥 마인드를 인수해 신선한 알파고 충격을 주었던 옛 모습을 찾기 위해 내부 개혁을 단행했다.

젠AI 진앙지인 실리콘밸리의 혁신 자본주의자들은 역사를 통해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 세상을 관성에 매인 대기업들이 주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이들은 팬데믹으로 세상에 풀린 돈을 벤처캐피털로 끌어들여 올 한 해 동안만 오픈 AI와 그 경쟁자인 앤트로픽(Anthropic)AI, 인플렉션AI, 미스트랄AI 등의 스타트업에 수십조원을 투자했다.

이 중 메타와 구글의 프랑스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미스트랄AI는 올해 4월에 1억 유로가 넘는 초기 펀딩을 받은 뒤 6개월 만에 3억8500만 유로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실리콘밸리와 유럽의 자본이 연대해 투자한 이 회사는 최근 공개한 LLM 모델이 호평을 받으면서 젠AI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LLM 개발에는 엄청난 GPU 컴퓨팅 자원과 비용이 든다. 미스트랄AI 이후 이 분야의 새로운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투자는 줄어들 전망이다.

젠AI에 몰린 혁신 자본은 구글, 메타 등 빅테크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우수한 인재들이 혁신이 자유로운 스타트업으로 옮겨 갈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혁신 자본이 유능한 인재들의 순환을 돕고, 인재의 순환이 젠AI 혁신과 스타트업의 성공을 가속해 새로운 혁신 자본의 형성을 돕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한편 학습데이터가 텍스트와 음성, 이미지, 영상을 포함하면서 젠AI는 멀티모달(multimodal)AI로 발전하고 있다. 이 진화하는 젠AI가 오픈AI의 목표인 인공일반지능(AGI)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개인의 일상은 물론 기업과 국가 경영에서 기계가 인간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함으로써 인간과 사회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합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2024년은 개인의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한 멀티모달 젠AI가 기업에 도입되는 원년으로 전망한다.

지난 주 실리콘밸리의 중심 스탠퍼드 대학로에 있는 엔터프라이즈 SW 분야의 선구자 SAP가 세운 하나(HANA)하우스에서 엑셀 스프레드시트의 귀재로 불리는 30세의 젊은 창업자를 만났다. 이곳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즐겨 찾는 미팅 장소이다. 번듯한 직장을 그만둔 이 젊은 창업자는 필자에게 재무업무 엑셀 데이터를 학습시킨 챗GPT 데모를 보여 줬다.엑셀 전문 지식을 학습시킨 서비스 로봇을 만들어 기업에서 누구나 복잡한 재무 스프레드시트 작업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였다.

오픈AI의 GPT 등 LLM 파운데이션 모델이 보편화하면서 각 분야에 특화된 젠AI 스타트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특정 분야의 데이터 확보와 이 데이터에 대한 깊은 도메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이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들은 이 두 요소를 중요한 기준으로 평가해 투자한다.

앞에서 예로 든 재무업무 엑셀 젠AI 서비스는 필요한 전문지식이 단편적이고 전문가들이 많은 분야여서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젠AI 투자에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경쟁자들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모트(Moat)가 무엇인가이다.

지금까지 젠AI에 대한 관심은 개인 사용자들에 집중됐다. 하지만 젠AI는 기업과 국가 경영에서 프로세스의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엔터프라이즈 젠AI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설계, 제조, 판매, 고객 관리, 재무 등 엔터프라이즈 내부와 이들 간의 업무 흐름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효율적 요소를 없애기 위한 젠AI 응용 기술이다.

전통적으로 엔터프라이즈 경영 SW는 1972년에 창업한 독일의 SAP가 개척자였다. 인터넷시대가 열리자 세일즈포스닷컴이 1999년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로 창업했다. 필자가 한국에서 연구개발을 주도한 SAP HANA는 지난 10여년간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경영 시대를 만들었다. 젠AI 시대에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의 엔터프라이즈 경영 SW가 필요하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여, 세계 무대에서 엔터프라이즈AI에 도전하라.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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