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윤석열 AI’ ‘이재명 NFT’ 옛말...2024년 선거와 IT, 이유있는 결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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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전북 전주에서 열린 새만금 전북도민 대토론회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의 AI인 'AI 윤석열'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AI 윤석열’, ‘이재명 NFT’, ‘오세훈 메타버스’는 다시 오지 않는 걸까.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을 앞두고 ‘정치와 테크의 선 긋기’가 시작됐다. 한국과 미국에서 선거에 IT 기술 사용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다.

무슨 일이야

딥페이크(AI 기반 인물 이미지 합성 기술)를 활용해 만든 음향·이미지·영상 등을 선거운동에 쓸 수 없게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2년 대통령선거 때 주목받은 ‘AI 윤석열’이나 ‘AI 재밍(이재명)’ 같은 AI 휴먼 등을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건 본인이 아닌 AI’라고 밝히더라도 마찬가지다.

내년 대선을 치르는 미국에서는 올 들어 미네소타·미시간·워싱턴 주에서 비슷한 내용의 ‘딥페이크 선거운동 금지법’이 통과됐다. 빅테크도 움직인다. 지난 19일 구글은 내년부터 미 대선을 포함한 전 세계 선거 관련 질문에 대해 대화형 AI 바드(bard)의 답변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투표 방법·장소, 후보자 등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하며, 해당 정보도 외부 기관을 통해 검증 받는다.

네이버의 AI 챗봇 클로바X는 정치적 견해가 포함될 수 있는 질문에 답변을 피한다. 예를 들어 “한동훈 전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는가” 질문하면 현재 구글 바드는 "출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총선 판도를 흔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답하지만 클로바X는 “저는 정치적 견해를 갖지 않으며, 출마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라고 답한다. 네이버는 중앙일보에 "지난 8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정치적 견해가 포함될 수 있는 답변은 하지 않는 것으로 설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왜 결별하나

한때 궁합이 좋았던 ‘선거와 IT’가 거리 두기를 하게 된 이유는.

①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윤석열 AI가 처음 공개된 건 2021년 12월. 이후 2년간 AI 기술은 숨 가쁘게 발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딥페이크 영상을 보고 “내가 언제 저렇게 말했지 싶었다”라고 말할 정도. 게다가 지난해 말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이후, 각종 생성AI 도구는 빠르게 대중화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할루시네이션’(AI가 천연덕스럽게 엉터리 답변을 내놓는 현상)이라는 새로운 문제도 불거졌다. 구글과 네이버 등이 대화형 생성AI 서비스의 선거 관련 답변을 제한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 2021년 12월 민주당이 '더민 메타버스'를 시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② 코인 둘러싼 사회문제 수습 안 됐고=지난해 2월 민주당은 대선 자금을 모으기 위해 NFT를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출시했다. 두 시간도 채 안 돼 350억원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테라·루나 폭락, 11월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12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의 결정으로 위믹스 상장폐지(이후 DAXA 5곳 중 4곳 재상장) 등 대형 악재가 잇달았다. 여기에 올해 5월 김남국 당시 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의 ‘코인 투기 의혹’까지 불거졌다. 익명을 요구한 암호화폐 업체 관계자는 “시장 침체로 정치인이 NFT로 모금할 유인이 줄었고, 업체 입장에서도 정치권과 협업 효과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③ 대면 시대에 메타버스 활용 ‘굳이?’=2021년 민주당은 직방의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플랫폼 ‘메타폴리스’를 활용, 당사와 대선 예비후보 캠프까지 가상공간 내에 꾸렸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안에서도 대선 후보 기자간담회나 공약 발표 등이 열렸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며 메타버스 선거운동 필요성이 줄었다. 메타버스 자체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데다, 젊은 세대가 쓰는 메타버스 내 표현방식 등이 현실 정치·선거의 문법과 맞지 않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안전 이별’은 가능할까

지난 2021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현재 X) 계정이 폐쇄됐다. 일론 머스크는 X를 인수한 뒤 지난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IT의 본산 미국은 최근 몇년 간 선거 때마다 ‘선거+IT’의 부작용으로 홍역을 치렀다. 2020년 대선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현재 X)와 페이스북 계정에 “부정선거가 치러졌다”라는 글을 올리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 4명이 사망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은 폐쇄됐다.

메타(페이스북)는 2016년 미국 대선 때에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로 큰 타격을 입었다.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맞춤 정치 광고에 사용된 사건이다. 메타는 이 일로 미국 정부에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의 벌금을 냈다. 메타는 올 들어 페이스북 광고에 생성AI 도구를 활용하며 지난 2·3분기 연속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광고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달 “선거, 건강, 금융 관련 광고에는 생성 AI 도구를 제공하지 않겠다”라고 공지했다.

심서현·김남영 기자 sh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