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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낙서' 모방범 "죄송, 아니 안 죄송…난 예술한 것 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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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했다 경찰에 자수한 20대 A씨가 “예술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지난달 한 전시회에서 전시품을 훔쳐 경찰 조사를 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오전 2시쯤 A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경복궁 담벼락에 범행 동기를 밝히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좀 치고 싶었어요.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라고 적었다. 또 “그냥 다들 너무 심각하게 상황을 보시는 것 같아서...그저 낙서일 뿐인데요. 미스치프의 슬로건 ‘성역은 없다’. 저는 미스치프의 어린 양이에요”라고 썼다.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한 모방범행 용의자인 20대 남성 A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한 모방범행 용의자인 20대 남성 A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스치프는 도발적인 작품을 발표한 미국 아티스트 그룹이다. 밑창에 핏방울을 섞은 나이키 운동화, 소금알갱이보다 작은 루이비통 가방 등 명품이나 미술품을 뒤틀어 사람들의 허영심과 속물성을 풍자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미스치프(Mischief)는 ‘장난짓’이란 뜻이다. 지난달 10일부터 서울 종로구 한 미술관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19일 미스치프 전시회의 작품을 훔쳐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전시돼 있던 미스치프가 제작한 모자를 훔친 뒤 전시회 측에 신고를 당했다. 지난달 말 종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그는 모자를 경찰에 돌려줬다. 조사를 받기 직전 경찰서 앞에서 훔친 모자를 쓰고 인증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블로그에 남긴 조사 후기에서 그는 “제 행동으로 미술관이나 사회에 파급이 약간이나마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적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담벼락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담벼락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A씨는 범행 직전 낙서를 예고하는 듯한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범행 직전인 지난 17일 오후 21시 25분 올린 게시글에서 A씨는 “저는 오늘 다른 곳 가려구요. 제 전시회 오세요. 곧 천막쳐지고 마감될 것. 입장료는 공짜고 눈으로만 보라”는 글을 적었다. A씨는 17일 오후 10시 20분께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그에 앞서 16일 새벽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서울경찰청 외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은 A씨의 범행을 ’모방범행’으로 추정해 왔는데,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받고 싶어서 낙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6일 첫번째 낙서를 한 10대 남녀 피의자 2명도 전날 경찰 조사에서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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