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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낙서'에 화난 서경덕 "10대들 본보기로 강력 처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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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한 10대 피의자 2명이 검거된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0일 "강력하게 처벌해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한 피의자 2명이 범행 사흘 만인 19일 경찰에 붙잡혀 서울 종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한 피의자 2명이 범행 사흘 만인 19일 경찰에 붙잡혀 서울 종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경복궁 담벼락이 최근 '낙서 테러'로 얼룩져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심장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다 해외 관광객이 꼭 방문하는 곳이기에 더욱더 뼈아픈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을 통해 지난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을 떠올렸다는 그는 "숭례문부터 경복궁까지 '문화재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다행히 어제 저녁 범인들을 잡았고, 범행을 시인했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사례를 봤을 때 '솜방망이 처벌'로는 문화재를 절대로 지켜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한번 훼손된 문화재는 원래 형태로 복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반드시 깨달아야만 한다"며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는 외국 손님들에게 문화재를 널리 알리려면 우리 스스로 먼저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담장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표시한 낙서테러가 발생했다.(사진 위쪽)   문화재청이 전문가들과 함께 훼손 현장을 보존처리 약품을 이용해 세척하기 위해 임시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있다.(아래)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담장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표시한 낙서테러가 발생했다.(사진 위쪽) 문화재청이 전문가들과 함께 훼손 현장을 보존처리 약품을 이용해 세척하기 위해 임시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있다.(아래) 연합뉴스

서울 종로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범행 90시간 만에 붙잡힌 임모(17) 군과 김모(16) 양은 연인 사이로, '불법영상 공유 사이트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임군은 16일 오전 1시 42분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담벼락에 붉은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을 적었다. 낙서 높이는 2~4m로 성인 키보다 높았으며 가로 길이만 44m에 달한다. 김양은 현장에는 있었지만, 낙서 자체에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토대로 낙서 용의자를 남녀 2명으로 특정,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행적을 추적했고, 이들을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공범, 배후 관련자 등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모방 범죄로도 이어졌다. 지난 17일 오후 10시쯤 20대 남성이 임군의 낙서로 이미 훼손돼 문화재청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던 곳에 국내 밴드 이름과 그의 앨범명(가로 3m·세로 1.8m 길이)을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범행 14시간여 만인 18일 오전 11시 45분쯤 경찰에 종로경찰서에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훼손된 경복궁 담장은 현재 문화재청이 보존 처리 전문가 20여명과 스팀 세척기 등 장비를 투입해 복구 중이다. 복구엔 최소 1주일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문화재보호법 상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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