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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길면 용기가 사라진다…그 말에 자극받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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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깔끔한 외모와 준수한 배구 실력으로 ‘수원 왕자’라고 불리는 임성진. 김현동 기자

깔끔한 외모와 준수한 배구 실력으로 ‘수원 왕자’라고 불리는 임성진. 김현동 기자

남자배구 한국전력 임성진(24)의 별명은 ‘수원 왕자’다. 홈구장 수원체육관에선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여성 팬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 팔로워만 90만명을 거느린 임성진은 국가대표로 선발된 건 물론이고, 지난 2라운드에선 생애 처음 MVP로 뽑혔다. 알찬 한 해를 보낸 토끼띠 임성진을 최근 경기도 의왕 연습체육관에서 만났다.

임성진은 성균관대 시절부터 화제의 선수였다. 단정한 외모와 모델처럼 멋진 몸매 덕분이었다. 청소년 대표로 활약할 만큼 기량도 좋았다. 3학년이던 2020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임성진은 전체 2순위로 한전 유니폼을 입었다. 곧바로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꽃을 피우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올해 들어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비시즌인 여름엔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10월 개막한 2023~24시즌에선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장신(1m95㎝)을 살린 공격은 물론 리시브와 수비도 좋아졌다. 득점(11위), 공격 성공률(10위), 서브(9위), 수비(리시브 디그·5위) 등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내년 1월 열리는 올스타전 투표에서도 팀 선배 신영석에 이어 전체 2위에 올랐다.

임성진은 “쉴 틈 없이 바빴다. 그런데 선수에겐 바쁘다는 건 좋은 일이다. 뜻깊은 한 해를 보낸 것 같다”고 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아야 하는 임성진은 “특별히 개인기록에 욕심내진 않는다.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임성진과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 김지한(우리카드)은 “연패 기간 어떻게 버텼냐”고 묻기도 했다. 임성진은 “시즌 개막 전부터 ‘한전이 잘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는데 출발이 안 좋았다. 힘들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는 걸 느꼈다. 그 덕분에 7연승까지 달린 것 같다”고 했다. 한전은 최근 4위(8승 8패)까지 치고 올라가면서 순위 싸움에 가세했다.

제천산업고 시절 20만명이 넘었던 임성진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어느덧 1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요즘엔 태국·일본·대만 등 다른 나라 팬도 임성진을 보기 위해 수원을 찾는다. 임성진은 “먼 한국까지 와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또 “우연히 ‘생각이 길면 용기가 사라진다’는 말을 알게 됐다. 경기 중에 생각이 많을 때가 있는데 그러면 결과가 나쁠 때가 많다. 빠르고 예민한 배구의 특징까지 생각하면 내게 딱 맞는 말이라고 느꼈다. 좀 더 과감하게 플레이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리시브가 좋아진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임성진은 “이제 프로 4년 차다. 경험이 쌓이면서 코트 안에서 여유가 생겼다. 예전보다 거침없이, 때로는 무식하게 보일 정도로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게 효과를 봤다”고 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3위에 올랐다. 올 시즌엔 아시아 쿼터로 이가 료헤이(일본)가 합류하면서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 임성진도, 한국전력도 이제 ‘첫 우승’을 바라본다. 임성진은 “이 경기만 이긴다는 생각으로 코트에 나선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우승 고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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