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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한·미에 1발씩…북, 고도의 미사일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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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15일 열린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에서 한·미가 핵우산 강화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한 것에 강력 반발한 북한이 17일 밤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이어 10시간 만인 18일 아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한국을, ICBM은 미국을 겨냥한 위협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8일 오전 8시24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를 향해 ICBM 한 발을 발사했다. 직각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약 1000㎞를 비행한 후 동해에 떨어졌다. 합참은 이날 북한 ICBM의 비행시간과 최고 고도 등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본 방위성은 오전 9시37분쯤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250㎞ 동해상에 낙하(73분간 비행)했고, 최고 고도는 6000㎞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방위성은 또 탄두 무게에 따라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사거리는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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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한 ICBM을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ICBM 화성-18형이라고 평가했다. 신 장관은 “비행고도와 거리, 최고속도를 볼 때 지난 7월 발사한 화성-18형과 유사하다”며 “고체(연료)라고 보는 건 3단 추진 로켓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화성-18형의 고체연료 추진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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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2주기인 전날(17일) 밤 10시38분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 미사일은 약 57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직후 북한은 국방성 담화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이번 ‘단거리+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의도가 담겨 있다. 국방성은 담화에서 한·미 NCG 2차 회의 결과에 대해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미는 이 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해 내년 8월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 때 처음으로 북한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핵작전 시나리오 훈련을 하기로 했다.

북, 올 5번 ICBM 폭주…트럼프 집권 때 핵보유국 용인 꿈꾸나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상황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상황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국방성은 또 부산 해군기지에 미국 핵추진 잠수함 미주리함(SSN-780)이 입항한 것에 대해 “연말연시를 앞두고까지 조선반도 지역에 또다시 핵전략 수단들을 들이밀고 있는 미국의 도발적 행위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김명수 합참의장의 상황 보고를 받고 “우리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며 “이를 위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용해 한·미·일의 공동 대응을 적극 추진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북한 ICBM 발사 징후를 사전에 탐지했으며 한·미·일이 이틀 전에 함정을 움직여 탄도미사일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고 일본 교도통신은 전했다. 다만 연말 가동 예정인 한·미·일 탄도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는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3국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는 최종 검증 단계에 있다”며 “수일 내에 정상 가동하기 위해 3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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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올해 들어 2월(화성-15형), 3월(화성-17형), 4월(화성-18형), 7월(화성-18형) 등 다섯 차례나 ICBM을 발사했다. 과거에 없던 일이다. 이는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핵심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급피치를 올린 결과로 보인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를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바탕으로 핵우산을 뚫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북한은 당분간 핵능력 고도화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분간’의 의미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내년 11월 미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내년 대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후 예상되는 협상에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과 같은 핵보유국 용인을 받기 위해 북한이 올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7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이 현재 환경에서 미국과의 외교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캠벨 후보자는 또 “미국이 북한과 외교적 관여를 한 것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회담(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이라면서 “이 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미국이 북한과 접촉하기 위해 사용했던 모든 노력을 거부했다”고 소개했다.

반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선거 유세에서 “그는 이 행정부(바이든 행정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원장은 “북한은 내년 미국 대선과 한국의 총선(4월) 등 정치 일정을 활용해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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