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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의혹' 송영길 구속…法 "사안 중하고 증거인멸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 8개월만에 구속됐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인적·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지난 13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제3자 뇌물 수수,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지난 4월 돈봉투 의혹 사건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선 지 8개월 만의 영장 청구였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宋, “방어권 행사 위해 전화” vs 檢, “증거인멸”

 송 전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에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인멸 우려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검찰 수사 중 차명폰을 사용하면서 수사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 정황을 구속영장에 담았다. 검찰은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송 전 대표가 지난 4월 귀국 전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정황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영장 심사를 마치고 나온 송 전 대표는 검찰의 증거인멸 주장에 대해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참고인 상황이 어떤지 알아본 것이다. 압박 수사를 받는 이들을 위로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건 관계자들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전화 한 것이 증거인멸이라고 하면 너무나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檢, “정당 민주주의 근간 훼손” 

 송 전 대표는 우선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 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6650만원을 민주당 국회의원,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돈봉투를 조성하고 살포하는 과정에서 송 전 대표가 스폰서인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5000만원, 무소속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1000만원을 부외 선거자금으로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250여쪽 분량의 PPT를 준비한 검찰은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했다”라며 “돈봉투 의혹의 최고 수혜자이자 최종 책임자는 송 전 대표”라고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위한 자금 조달과 제공 과정을 보고받고 인지한 정황을 공소장에 적시한 검찰은 확보한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증거 등을 법정에서 제시하며 개별 혐의마다 송 전 대표의 공모 여부를 입증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돈봉투가 살포된 2021년 4월 28일 모임에 송 전 대표가 참석한 정황도 제시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먹사연을 통해 불법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익법인을 외곽조직으로 변질시켜 불법 정치자금 창고로 활용한 정경유착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먹사연을 통한 7억6300만원 중 4000만원에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소각처리시설 관련 청탁 명목의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2020년 4월 송 전 대표가 인천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A씨의 공장을 방문한 뒤 10분 만에 먹사연 후원계좌에 1억원이 입금된 내역도 제시하며 송 전 대표가 후원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먹사연 후원계좌로 들어온 금액은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보고된 사안”이라며 “검찰이 돈봉투가 입증 안 되니까 별건으로 수사한 것으로 해명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4000만원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과 송 전 대표 측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통상 뇌물 혐의가 실형 선고 확률이 높아 검찰과 송 전 대표 양측에서 구속영장 발부를 가를 승부처로 꼽아왔다. 송 전 대표는 “민원을 듣고 알아보는 게 죄인가. 4000만원에 직무상 양심을 팔지 않는다”라며 후원금을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4000만원 후원금이 폐기물 소각장 인·허가 청탁의 대가였다는 검찰 쪽 주장에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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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수수 의혹 20명, 소환조사 임박 

검찰이 송 전 대표 신병을 확보하면서 20명의 돈봉투 수수 의원에 대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돈봉투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박용수 전 보좌관, 무소속 윤관석 의원 재판에서 돈봉투 전달 과정에 오간 대화 내용, 돈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의심되는 회의의 참석 대상 명단을 공개하며 돈봉투 수수 의혹 대상을 좁혀왔다.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기소를 끝으로 돈봉투 의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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