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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에 또 낙서…‘모방범죄’ 20대 남성, 하루 만에 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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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8일 오전 서울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담벼락 복구작업을 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뉴스1]

18일 오전 서울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담벼락 복구작업을 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경복궁 담벼락 스프레이 낙서 범행 용의자 2명을 쫓고 있는 가운데, 모방 범죄 용의자가 범행 14시간 만에 자수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7일 오후 경복궁 영추문 옆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A씨(20대 남성)가 18일 자진 출석했다고 밝혔다. A씨가 범행한 곳은 앞선 범행으로 훼손돼 문화재청이 복구 작업하던 영추문의 좌측 담벼락이다. A씨 범행은 17일 오후 10시24분쯤 “누가 경복궁 담벼락에 또 다른 낙서를 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가로 3m·세로 1.8m 크기의 붉은색 글씨로 국내 한 밴드의 이름과 앨범명이 적혀 있었다. 지난 16일 첫 낙서 범행 이후 경찰이 현장 인근 순찰을 강화한 가운데 일어난 모방 범죄다.

경찰은 첫 범행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첫 범행) 용의자 신원이 거의 특정됐다. 남녀 한 명씩”이라고 밝혔다. 첫 범행은 16일 오전 2시20분쯤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지난 17일 오후 이미 낙서로 훼손돼 복구작업이 진행 중인 영추문 좌측 담벼락에 새로 그려진 스프레이 낙서.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이미 낙서로 훼손돼 복구작업이 진행 중인 영추문 좌측 담벼락에 새로 그려진 스프레이 낙서. [연합뉴스]

경찰이 확보한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남성 용의자가 오전 1시42분쯤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로 영추문 좌·우측 담벼락 6.25m 구간에 ‘영화 공짜’ 등의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 등을 적는 장면이 담겼다. 남성 용의자는 이어 오전 1시55분쯤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좌·우측 담벼락 38.1m 구간에도 스프레이로 낙서했다. 범행 직후에는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동행한 여성 용의자는 낙서 범행 자체는 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전 2시44분쯤 서울경찰청 주차장 입구 우측 담벼락 9m 구간에도 낙서한 뒤 현장을 떠났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용의자 검거가 늦어지는 데 대해 경찰은 “사건이 주말에 발생해 (CCTV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이 CCTV가 적게 설치된 경복궁 외부에서 범행한 점도 추적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복궁 내부 CCTV는 415개지만, 외벽 쪽을 비추는 건 14개뿐이다. 경찰은 용의자를 체포하는 대로 A씨까지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할 예정이다. 문화재보호법 위반죄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훼손된 담벼락을 복구하고 있다. 스팀 세척기 및 약물 등으로 오염물질을 물리적으로 제거한 뒤 레이저로 표면을 미세하게 태워, 남은 흔적을 지우는 방식이다. 작업에 일주일 이상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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