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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찾아간 미 국방장관, 가자지구 공세 축소 압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대규모 공습 중단과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동 순방길에 오른 오스틴 장관은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과 함께 이스라엘을 찾았다. 오스틴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두 번째다.

오스틴 장관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등을 만나 가자지구 지상전 규모를 3주 내로 축소하라고 요청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CNN에 오스틴 장관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대규모 지상전에서 정밀 작전으로 전환하며 얻은 교훈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약 3주 이내로 저강도 군사작전으로 전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저강도 작전은 가자지구 내 대규모 병력 동원이나 공습의 중단을 뜻한다. 전면적 공세 대신 소수 정예 부대를 통해 하마스 소탕에 집중하라는 얘기다. 이스라엘군의 주요 임무를 가자지구 내 인질 구출과 하마스 지도자 색출, 지하 터널 파괴로 제한하라는 것이다.

지난 15일 발생한 이스라엘군의 자국 인질 오인 사살의 여파는 이날도 이어졌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사살한 자국 인질 3명은 얼마 되지 않은 음식을 짜내 히브리어로 ‘SOS’, ‘도와 달라’, ‘인질 세 명’이라는 표식을 인근 건물에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유인 작전으로 판단해 이들을 사살했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이 커진 이날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하루 12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최소 110명, 중부 데이르 알 발라에서 12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 석방 협상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데이비드 바르니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이 며칠 내에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만나 인질 석방 협상과 관련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길이 4㎞에 달하는 지하 터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터널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이 시작된 후 발견된 최대 규모의 터널로, 폭이 3m 정도로 넓어 오토바이는 물론 차도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미국 여론이 이스라엘 지지와 팔레스타인 지지로 분열하는 가운데 유대계 미국인 사이에서도 현격한 입장 차이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전했다. 유대계 노년층 다수가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반면 젊은 층에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년층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이 생존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젊은 층 유대인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2등 국가로 만들어 적대감을 조성하는 강대국이라며 비판한다. WSJ은 “미국과 전 세계의 유대인 가족들은 비슷한 질문과 씨름하고 있다. 일부는 극렬하게 분열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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