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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친윤' 때린 날…친명 "尹정권 앞잡이" 이낙연 조리돌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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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 대세론’이 확산하는 여당을 향해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윤(親尹) 사당화”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며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까지 시도하는 마당에 이 대표의 말은 누워서 침뱉기”란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특히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온 바로 이날 민주당 친이재명계 인사들은 이 전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정권의 앞잡이”라며 격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집권 1년 7개월 만에 지도 체제가 다섯 번이나 바뀐 비상식적 상황”이라며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은 용산의 총선 집착, 선거 올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국정 동력을 온통 여당 줄 세우기, 내각 차출, 친윤 사당화에 쏟고 있으니 국정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전 총리,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이 대표,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전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전 총리,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이 대표,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전민규 기자

그러나 한시간 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선 ‘이재명 친위대’라 불리는 원외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집단 공격을 개시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헛된 정치적 욕망으로 자신의 역사와 민주당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민주당의 역사를 부정하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모욕한다” 등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초선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를 “윤석열 정권의 앞잡이”로 부르며 “최소한의 양심과 명분을 안다면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의원도 영화 ‘서울의 봄’을 거론하면서 “(이 전 대표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반란군에 힘이 돼주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이동주 의원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을 사면하자고 해서 우리 당의 지지율을 까먹은 분”이라며 “분열 책동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에 앞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에 앞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뉴스1

초선 의원들은 이날도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강득구·강준현·이소영 등 의원이 주도한 연판장엔 18일까지 민주당 의원 167명 가운데 117명(70.1%)이 서명했다. 이 대표 팬카페 등에서 ‘연명한 의원들 명단’을 실시간으로 돌리며 참가를 독려하자, 적지 않은 의원이 뒤늦게 이름을 올렸다.

‘조·추·송’(조국·추미애·송영길) 신당에 대해 침묵하던 민주당이 이 전 대표를 향해선 유독 격한 비난을 퍼붓는 모습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공천을 앞둔 시점에, 친명계는 친명계대로 비명계는 비명계대로 연판장에 이름을 올려 ‘이재명 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하는 게 안타깝고 서글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2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 앞에서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전당대회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2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 앞에서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전당대회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른바 ‘나경원 연판장 사태’를 떠올리는 이도 있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1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하려고 할 때 초선 의원들이 (반대) 서명한 것이 있지 않았나. 양쪽이 똑같다”고 말했다. 당시 “나경원 괴롭히기가 도를 넘었다”(정청래), “집단 이지메(왕따)와 정치적 협박”(서은숙) 같은 우려를 쏟아냈던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엔 침묵을 택했다.

전문가들도 민주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를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중앙일보에 “현실 정치에서 내로남불은 어쩔 수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연판장이 돌고 있는 마당에 이재명 대표가 ‘사당화’를 얘기하는 건 자격이 없다”며 “말에 무게가 전혀 안 실린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양심이 있다면 그 동안 해오던 침묵이나 계속 하기 바란다”며 “타인의 실존적 결단을 집단행동으로 막으려는 발상 자체가 전체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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