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차이나 중국읽기

세상이 둘로 나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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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이달 초 중국을 다녀왔다. 출장지는 광둥성 광저우. 중국 신화사 주최의 세계미디어정상회의에 세계 101개 국가 및 국제기구에서 197개 미디어, 450여 언론인이 참석했다. 로이터와 AP 통신사 대표 등은 가짜 뉴스 등 언론이 처한 위협에 목소리를 높였다. 한데 내 관심은 온통 주최 측이 소개한 ‘신시대 인문경제학’에 쏠렸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듣다가 순간 깜짝 놀랐다. 이게 바로 ‘시진핑 경제학’이 아닌가 하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신시대 인문경제학’의 골자는 이렇다. 맨 밑에 세 개 요소가 있다. 마르크스주의, 중국 현실, 중국 전통이다. 마오쩌둥은 마르크스주의에 중국 현실을 더해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를 이뤘다. 시진핑은 여기에 중국 전통을 더한다. 그래서 나온 게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이다. 그리고 이 시진핑 사상 위로 ‘시진핑 경제사상’과 ‘시진핑 문화사상’의 실천적 과정을 거쳐 ‘신시대 인문경제학’이 탄생한다.

이달 초 중국서 열린 세계미디어정상회의. ‘신시대 인문경제학’이 소개돼 관심을 끌었다. [신화=연합뉴스]

이달 초 중국서 열린 세계미디어정상회의. ‘신시대 인문경제학’이 소개돼 관심을 끌었다. [신화=연합뉴스]

신시대 인문경제학은 사람(人)과 문화(文)를 두 축으로 해 발전한다. 서구의 물질 만능보다 사람 중심의 경제발전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집권 3기 비전인 ‘중국식 현대화’로 나아가겠다고 주장한다. 중국식 현대화는 “현대화는 서구화가 아니다”라는 시 주석의 생각을 담고 있다. 중국식으로 현대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진핑은 집권 초 중국 경제학자들에게 케인스주의 등 서구 이론이 아니라 중국 전통에서 중국의 경제발전 논리를 찾으라고 요구한 바 있다.

신시대 인문경제학은 바로 그런 10년 전 시진핑의 요구에 대한 일종의 답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이다. 중국은 바로 신시대 인문경제학을 인류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경제 스탠더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중국이 근년 들어 잇따라 글로벌 표준을 내놓고 있는 게 떠오른다. 2021년엔 글로벌발전이니셔티브(GDI), 2022년엔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GSI), 그리고 올해는 글로벌문명이니셔티브(GCI)가 나왔다.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 제시를 계획적으로, 또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히 세상이 이제 중국 표준과 서방 기준의 둘로 나뉘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행동에선 이미 미국 대체에 나선 모양새다. 그런 중국의 야심이 한낱 객기로 끝날지 아니면 현실이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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