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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총재 “한국 성별 격차 줄이면 1인당 GDP 18% 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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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4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세계 여성이사협회 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4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세계 여성이사협회 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이 근로 시간의 성별 격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축소할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더 많은 여성을 일하게 하는 것이 국가의 소득을 올리고 기업을 강하게 만들어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 시대, 여성 인력 활용이 생산성을 올려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4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세계 경제와 여성의 권한 확대’를 주제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특별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1년 49%에서 현재 55%로 6%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성별 격차는 선진국 중 가장 심하다”며 “일하는 여성의 수는 남성보다 18% 더 적고 임금은 남성에 비해 31% 적게 받는다”고 짚었다. 이어 “여성 노동인구가 늘어나면 한국을 포함해 많은 선진국이 겪는 경제활동인구 정체, 감소 추세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조치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직접적 지원, 유연 근무제, 사회적 관습 개선 등을 언급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특히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며 “이는 남성들에게도 유익하며, 이를 통해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들과 연공서열이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누가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가 아니라 성과 중심으로 급여 체계를 전환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위직 여성 증가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IMF가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고위직 여성의 비중이 큰 금융회사일수록 부실대출 비율은 낮고 재무 안정성이 더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며 “여성 리더가 더 많아지고 성별 균형이 잡힌 의사 결정을 내릴 경우 조직의 성과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권한 있는 자리에 여성이 있는 모습을 보는 건 매우 중요하고, 그래야 젊은 여성들이 서로를 도우면서 훨씬 더 빠르게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게오르기에바 총재와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이복실 롯데카드 ESG 위원회 위원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 등을 논의했다. 서영경 위원은 “한국에서 성별 격차는 저출산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데, 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을 통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은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의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이복실 위원장은 “최근 여성이사 의무화 제도 도입으로 기업의 사외이사는 늘었지만 사내이사는 정체된 상태이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며 “또한 공공기관의 여성고위직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에도 여성이사 의무화 제도를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국내 1000대 기업 CEO 중 여성은 단 2.4%이며, 그중 창업자와 혈연관계가 없는 여성은 0.5%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여성 CEO를 CEO이기 이전에 여성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를 벗어나려면 결국 여성 CEO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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