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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원하면 공부할 수 있는 교육복지가 방송대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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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성환 방송대 총장은 “우리가 교육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방송대라는 최상의 도구를 이미 갖고 있다”고 5일 말했다. 강정현 기자

고성환 방송대 총장은 “우리가 교육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방송대라는 최상의 도구를 이미 갖고 있다”고 5일 말했다. 강정현 기자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방송대의 목표입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진입 장벽을 허물어가는 게 우리 대학이 할 일이죠.”

고성환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총장은 인터뷰 내내 ‘교육 복지’를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교육 복지란 누구든지 쉽게 원하는 교육을 받는 걸 뜻한다. 고 총장은 “평균 수명이 늘며 평생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데, 교육 복지가 확대돼야 평생교육도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총장에게 방송대의 역할에 관해 물었다.

교육 복지가 왜 중요한가.
“경제적인 지원을 해 주는 복지만큼이나, 공부하고자 하는 국민의 지적인 갈망을 채워주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자 복지라고 생각한다. 요즘 평생교육·직업재교육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게 제대로 안착하려면 나이가 든 사람도,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도 쉽게 고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저것 제약이 많으면 포기하게 된다.”
방송대는 교육 복지에서 어떤 강점이 있나.
“첫 번째는 접근성이다. 누구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공부할 수 있다. 다른 대학은 수시·정시 같은 입학 절차가 까다롭지만, 방송대는 고교 졸업장이 있다면 입학이 어렵지 않다. 원격수업이니까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전공 선택도 자유로운 편이다. 두 번째는 비용이다. 한 학기에 약 35만원으로 사립대학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학비가 싸야 평생교육이 안착하기 쉽다.”
방송대가 최고의 교육 복지 수단이라고 했다.
“1996년에 국가 지원을 받아 방송대 방송국을 개국했다. 대학이 방송 채널을 가진 곳은 우리 대학뿐이다. 양질의 고등교육을 쉽게 전파할 수 있다. 이런 좋은 시설을 갖춘 학교를 국가에서도 좋은 도구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외부 사람을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인데, 방송대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을 1년에 1000억원 정도만 늘리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상 고등교육도 가능하다.”
평생교육이 왜 중요한가.
“방송대에 젊은 학생이 늘어나긴 했지만, 50대 이상이 여전히 많다. 그분들은 누가 공부하라고 떠밀어서 대학에 온 것도 아니고, 공부를 안 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젊었을 때 돈 버느라 못했던 공부를 이제야 한다며 굉장히 만족해한다. 고령화 사회로 가는데 이런 분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가 굉장히 건강해질 수 있다. 물론 취업·직무적인 측면에서도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다.”

1972년 문을 연 방송대는 영국 개방대학(1969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학교육을 원격교육 방식으로 구현한 교육기관이다. 지난 51년간 79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개교 당시 5개 학과로 시작해 현재는 총 24개 학과와 프라임칼리지(직장인 전용 학과) 2개 학부, 26개 대학원 석사 과정을 운영하는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2024학년도부턴 사회복지학과 1학년 과정을 신설하고, 재외동포 및 해외거주 외국인도 입학할 수 있다.

교육기회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방송대의 공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학생 수요가 있는 곳은 문을 넓히고, 장벽이 있는 곳은 허문다. 직장인을 위한 프라임칼리지가 대표적이다. 직장인 입장에선 정규 학위 과정을 병행하기가 부담스러운데, 평생교육 과정으로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따다가 나중에 학위 과정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메카트로닉스, 인공지능(AI) 전공 등 최근 주목받는 실용적인 학과들로 편제를 구성해 인기도 많다.”
로스쿨 도입 논의도 있었다.
“방송대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운영도 교육 복지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고 본다. 비용과 시간 때문에 로스쿨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대 로스쿨은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또 자격증을 주는 게 아니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 아닌가. 그 정도의 통로는 마련해줘야 한다고 본다. 아직 구체적으로 진척된 것은 없지만, 방송대에 로스쿨이 생긴다면 기존 로스쿨과 입학 방식, 학비 등은 달라야 할 것이다.”
강의 콘텐트 제작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방송대 강의는 3년에 한 번씩 제작한다. 예전엔 원격수업이 쉽겠다고 하는 다른 대학교수들이 많았는데, 코로나19 때 직접 해본 뒤에는 다들 ‘정말 어렵더라’고 하더라. 일단 녹화 강의는 100% 확실해야만 한다. 오프라인 수업은 조금 확실하지 않아도 넘어갈 수 있지만, 녹화 강의는 숫자 하나도 그냥 이야기할 수가 없다. 공식적 연구는 없지만, 오프라인 강의 준비보다 몇 배는 더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교수진들 사이에서 나온다.”
강의 내용에 대한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
“수강생이 많다 보니 사소한 것 하나만 틀려도 항의가 많다. 학생 질의응답은 매일 확인해야 한다. 강의 내용이 좋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고, 교수로서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대충 만들 수가 없다. PD, 구성작가와 함께 회의하고 강의를 제작한다. 외부 촬영도 나가고, 어떻게 해야 질 좋은 콘텐트를 만들지 항상 고민한다. 다른 대학 원격강의 질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강의 경쟁력은 어떻게 끌어올리나.
“학생 대비 전임교원 수가 많지 않다. 우리 대학 교수만으로 모든 강의 콘텐트를 만드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외부에 훌륭한 교수가 있다면 초빙해서 좋은 콘텐트를 만드는 게 우리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학생들을 위한 일이다. 앞으로 교원이든, 전문가든 외부에 좋은 분이 있다면 더 많이 초빙해서 질 높은 콘텐트를 만들 생각이다.”

☞고성환 총장=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교무부처장, 교양교육원장, 인문과학대학장, 통합인문학연구소장 등의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22년 3월 방송대 8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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